냉장고 문 빨리 닫기·불필요한 전등 끄기..."실천 이끄는 '잔소리' 필요"
지난달 29일 전북대학교. 정문에서 반대편 농업생명과학대학 쪽으로 가는 길가에서도 가을은 익어가고 있었다. 오랫만에 찾은 대학 교정은 꿈 많던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필름 같았다. 커다란 건물들을 크고 작은 조경수들이 둘러싸고 있다. 교정 간선도로를 자동차가 달리고,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혹은 걸어가면서 즐거운 표정이다. 이처럼 푸르른 대학 캠퍼스가 다른 시설물들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니, 한편 이해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쪽으로 들어서자, 숲 속의 운치가 느껴진다. 그 곳에서 오늘의 주인공 소순열 학장(농업생명과학대학·농업경제학)을 만났다. 소 학장은 자전거 매니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녹색인. 농생명과학대 4호관 4층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소 학장은 시골 마을 이웃집 아저씨처럼 금새 친근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연구실 사방 벽 책장에는 오랫동안 그의 손때가 묻었을 책들이 빼꼼하게 꽂혀있다.
그가 지금까지 꿈꾸며 만들어 왔던 일과 철학 그리고 가공하지 않은 그의 생각과 행동의 일부가 된 환경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자전거 이야기를 꺼냈더니, 소 학장이 손사래를 쳤다. "2년 전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이 된 후 '어쩔 수 없는 필요'에 의해 자전거 대신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고 솔직한 고백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그는 "학장 임기가 끝나는 11월이 되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약속했다. 말이 약속이지, 원래 그의 생활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요사이 '녹색성장, 녹색기술' 이란 말들이 요란하지만, 그는 10년 전부터 자전거를 즐겨 탔다. 출퇴근 등 일상 생활에서 자전거는 그의 애마였다. 그는 "편리한데다, 운동도 되고 특히 자전거를 타면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집안에서 그는 어떤 가장일까. "자랄 때 어머니들이 '냉장고 문 빨리 닫아라''불 꺼라' 등 곧잘 주의를 주시는데, 그 만큼 생활 속에서 아끼고 절약했던 것이죠. 굳이 녹색이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소 학장은 지금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애들은 그런 것 싫어해요"라며 웃었다. 그 웃음에는 "나도 어렸을 때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지금 아이들처럼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산교육이 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이 배어있는 것 같았다.
학자로서 그는 1995년부터 '농업하기 쉬운 도시, 농업이 문화가 되는 도시, 농업이 보장되는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도시농업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농업이 시민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고, 농업을 통한 전통문화 재발견의 기회를 제공하며, 친환경 보전을 넘어 교육과 후생복지까지 담당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2월 '진안 에코헬스 농업'의 발전계획서를 발표 했고, 호남사회연구원의 회장으로 재임 당시에는 장수의 폐교였던 논곡초등학교를 이용해 마을사람들과 함께 로컬푸드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것을 통해 농촌과 도시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양지역 교류 활성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도시농업은 텃밭 가꾸기, 옥상녹화, 관광농업, 원예 같은 좁은 의미의 기능도 있지만, 도시와 농촌의 대립을 해소하는 넓은 의미의 기능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운동차원으로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 학장은 '녹색성장'은 갑자기 세상이 변화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차원에서 환경을 배려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한 녹색성장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핵심은 도시농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 실천'이 강조되는 것은 우리의 생명과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주인공인 젊은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소 학장은 먼저 농업에 대한 이해, 자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부탁했다. 또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봤을 때 비로소 실천가로서의 기능을 한다며 생활 속에서 자연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당부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마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녹색 실천을 하고, 또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무심코 행동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환경의 문제는 경제 외적, 비 교역적, 공공적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다 완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실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명을 살리는 녹색 실천은 어렵지 않다. 불필요한 전등은 끄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조금만 신경쓰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유를 추구하고, 물질만능과 편익성을 앞세우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생각과 생활습관이 녹색실천을 가로막고 있다. 결국 자신의 생명은 물론 타인의 생명 나아가 지구환경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실천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아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면, 비록 아이들이 싫어해도 '냉장고 문 빨리 닫아라''불 꺼라' 등 '잔소리'라도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장선이(푸른전주운동본부 간사)
※ 다음 릴레이 주자는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 이춘희 청장입니다.
※ 이 기사는 본보와 전주의제 21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인터뷰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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