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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선거 바람 - 백성일

달이 기울면서 바람 끝이 차가워졌다. 언제부턴가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 마냥 가을이 짧아졌다. 곱게 물든 빨간 단풍 잎이 갈바람에 나뒹굴고 있다. 청마 유치환(柳致環)은 '나는 고독하지 않다'는 글에서 바람을 이렇게 표현했다. 바람이란 모두 날 짐승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매섭고 모진 바람은 독수리의 사나운 근성이, 허우대만 크낙한 허풍선이 바람은 황새의 커다란 날개가, 구슬픈 바람은 기러기의 처절한 목청, 그리고 무르익는 입김같은 바람결은 비둘기의 앓는 소리라고 했다.

 

 팔만대장경에도 꽃 향기에 거슬러 부는 바람은 모든 탐욕과 고통과 죄악을 뜻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빠른 바람은 번뇌를 일으킨다.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사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장자(莊子)가 남긴 말이다. 바람은 자연의 이치요 조화일 뿐이다. 바람은 부는 방향에 따라 이름도 제각각이다. 남서풍은 갈바람, 남동풍은 샛바람, 북서풍은 하늬바람, 북동풍은 높새바람이다.

 

 광풍(光風)도 있다. 중국 초나라 초사(楚辭)에서 나왔다."해가 떠오르자 바람이 불어서 풀과 나무들의 빛깔이 생겼다"는 뜻이다. 곧 아침 해를 받아 온갖 식물들이 맑고 고운 생기를 띄고 있는 모양이다. 제월(霽月)은 비가 그친후 나온 달을 말한다. 그래서 광풍제월은 밤에 비가 그친후 하늘에 떠 있는 바람과 달처럼 정말로 맑고 깨끗한 상태를 말한다. 다산 정약용(丁若鏞)도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사대부의 마음 가짐은 광풍제월과 같이 털끝 만큼도 가려진 곳이 없어야 한다"고 썼다. 북송의 시인 황정견(黃庭堅)은 유학자 주돈이의 인품을 광풍제월 같다고 칭송했다.

 

 내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졌다.현역은 현역대로 수성하기에 바쁘고 도전자들은 도전자들대로 분주하다. 선거가 일상화되면서 선거꾼들이 많이 생겨나 바람 넣기에 바쁘다. 정치 철새처럼 이 사람 저 사람 옮겨 다니면서 편가르기에 정신 없다. 지역 정서에 의존하는 바람 선거는 이제는 끝나야 한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그런 선거도 없어져야 한다.공천 장사란 말도 사라져야 한다. 그간 황색 바람 불 때 공천만 받아 치러진 선거는 선거가 아니었다. 광풍제월처럼 마음결이 명쾌하고 시원하고 깨끗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출마했으면 한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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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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