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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동성범죄 처벌 - 이경재

1994년 7월29일 미국 뉴저지주의 일곱살 소녀 메건 칸카는 강아지를 주겠다는 이웃 사람의 꼬임을 믿고 그의 집에 들어갔다가 강간, 살해됐다. 가해자는 다른 일곱살 아이에 대한 성폭행 미수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 2범이었다.

 

이런 사실은 충격이었다. 아동성범죄자의 정보를 지역사회에 알려 감시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마침내 2년 뒤 '성범죄자 등록 및 통지에 관한 법률'이 마련됐다. 피해 소녀의 이름을 딴 메건법(Megan's Law)이 그것이다.

 

아동성범죄에 대해선 각국이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 메건법은 미국의 모든 주에 적용된다. 아동성범죄로 두번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기징역에 처하는 '투스라이크 아웃제'도 있다. 텍사스주에선 성범죄자 집 앞에 '위험, 성범죄자가 살고 있음'이라는 팻말을 세워 놓는다.

 

중국은 14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합의여부에 관계 없이 사형이다. 대만도 16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로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20년에 처하고 이름과 사진을 지방신문에 공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필요하다면 화학적 거세도 시행한다. 일본은 성범죄자의 인적사항과 얼굴을 공개하고 형기를 마치면 사회와 격리시킨다.

 

이처럼 처벌이 엄한 건 20%에 이를 만큼 재범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중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 김길태도 성폭력 전과자였다. 전북에서도 이틀에 한명 이상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15세 이하가 43.5%나 된다. 이달말이면 성폭력 전과자 5700명이 만기 출소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처벌은 너무 가볍다. 기껏해야 몇년, 그것도 집행유예로 풀려나온다. 심리치료도 없다. 작년에는 술 마신 상태라는 이유로 오히려 형량을 감형시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선진국은 인권에 앞서 사건의 예방차원에서 성범죄자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인권 운운 한다. 동네에 아동성범죄자가 살고 있어도 그런 정보를 알 수도 없다. 우리사회에 일찌감치 '메간법의 열의'만 있었더라도 부산 여중생은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 국회와 정부는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죽임을 당하고 난 뒤에야 움직이는 게 어른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언은 꼭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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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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