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퇴근길 어느 날. 라디오에선 평소 즐겨 듣던 토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날의 주제는 '가족간의 소통'이었는데 가정문제 상담전문가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하였다. 전문가들은 가족간의 소통이 의외로 가장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2006년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이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20%, 30분~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33%로 과반수 이상의 부부가 하루에 1시간도 안 되는 대화시간을 갖고 있다. 부모와 자녀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결과 중고등학생의 40.6%는 부모와의 대화단절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들어 기업들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진이 아무리 좋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해도 구성원 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그 비전은 경영진만의 생각으로 끝나버리고 직원이 아무리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소통이 안된다면 그 아이디어는 직원의 책상서랍 속에서 빛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에게 있어 구성원간 소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이다. 특히 일등기업,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도기업은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일등기업은 자신이 소유한 기술을 신봉하여 소비자들과의 소통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 이카루스의 역설은 일등기업이 자신을 지탱해주던 핵심기술을 애지중지하다가 소비자들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여 갑자기 망하는 경우를 일컫는데, 기업에게 있어 소통이 왜 중요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최근 애플의 사례는 국내 기업에 있어 소통의 중요성을 더욱 현실감 있게 부각시키고 있다.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는 우리나라가 만들었지만 고객중심의 사용자 환경을 구축한 애플의 아이팟이 시장에서는 혁신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 기업이 만든 휴대폰보다 하드웨어적 스펙은 뒤처지지만 앱스토어라는 소통의 장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폰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애플은 세계 최초도 아니고 일등도 아닌 기술을 가지고도 소통을 통해 일등 제품, 일류 기업이 되는 길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소통은 화목가정, 성공기업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소통이 잘 될까? 소통의 대전제는 상호 인정과 존중이다. 인정과 존중의 진정성이 없는 서로는 백번 천번 만나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호 눈짓만으로도 소통이 원활함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소통은 많은 경우 양적인 문제보다 질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블로그, 미니홈피, 메신저, 트위터 등 정보화 사회의 진전과 함께 소통의 채널은 점점 늘어나도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통을 호소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소통은 잘 들을 때 원활하다. 세계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제프킨들러 회장은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신이 인간에게 두 개의 귀와 하나의 입을 준 이유는 말하는 것의 2배 이상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의 실천을 위해 매일 동전 10개를 왼쪽 바지속에 넣어두었다가 직원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었다고 생각이 들면 1개씩 오른쪽에 옮겨 놓는 일을 반복한다고 한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바야흐로 만물을 소생케 하는 봄이다. 그 상큼한 봄기운을 받아 고향 곳곳에 소통의 꽃이 활짝 폈으면 한다.
/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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