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달에는 나무들을 많이 심는다. 특히 오래된 소나무가 나무 애호가들로부터 대접을 잘 받고 있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잎이 지지않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어 옛날부터 대장부의 기상(氣像)이요 절개(節槪)의 표상이 되어왔다. 우리 애국가 가사 2절에도 '남산위의 소나무'라는 말이 나온다.
산림청이 지난 2월달부터 성인 남녀 1300명을 상대로 제일 좋아하는 나무를 질문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7 %가 소나무를 꼽았으며 그 다음이 은행나무 5.6% ,그 다음이 느티나무로 2.5%였다고 한다. 소나무의 위상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한국의 소나무는 우리나라 자연을 몸소 체득하면서 적응한 대표적 나무이다.
한국의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태양볕이 뜨겁다. 이런 기후에서는 모든 나무가 풍부하게 잘 자라기도 하지만 벌레, 박테리아 해충, 질병도 많이 발생하기에도 안성마춤이다. 우리는 이처럼 풍부한 자연의 은혜를 입고 있지만 해충과도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자연환경을 가졌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유럽은 자연이 빈약하기에 벌레도 미생물도 잘 자라지 않는다. 벌레의 습격을 받지 않는 지중해 연안의 숲속의 나무들은 위로 향해 직선으로 뻗고 , 바람의 방향이 항상 일정하여 나뭇잎이 같은 방향으로만 쏠려 있어 질서감을 느낄수 있고 기하학으로도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의 화가들이 그린 작품속의 나무들이 세모꼴이거나 원추형 또는 대칭형이어서 기하학적 질서를 느끼게 한다. 우리가 볼때는 너무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리 한국의 소나무는 가급적 많이 틀어져 있거나 굽어져 있는 모양으로 우리 머릿속에는 각인되어 있다. 이렇듯 틀어지고 굽어져 있는 것은 바람에 시달리고 눈비에 짓눌리며 벌레에게 먹히고 상처를 입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온 삶의 흔적인 것이다.
또한 자연환경과 자연의 변화가 인간의 사고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유럽의 자연변화는 규칙적이기에 미래를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합리적 사고를 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우리의 자연 변화는 그렇지를 못하다. 불안한 자연변화에 말없이 순응하면서 극복해온 대표적 나무가 우리의 소나무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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