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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재밌는 독립영화 - 이경재

"전주영화제는 상업적이지 않고 색깔이 분명해 좋다. 할리우드산 쓰레기 같은 영화들이 완전 독점하는 우리 영화문화의 유일한 숨통이 국제영화제인데 스타와 관객이 들끓는 부산보다 전주는 제3세계 중심의 실험적인 대안독립영화제라는 이유에서 더욱 소중하다."

 

경향신문(6일자)에 실린 박홍규 영남대교수(법학)의 칼럼 '전주국제영화제 예찬'의 한 대목이다. 외지인의 눈에 비친 독립영화제의 매력이 간결하게 기술돼 옮겼다. 대구에서 일부러 발품을 팔아 전주를 찾은 건 순전히 독립영화의 참맛을 보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국민배우 안성기씨도 개막작 '키스할 것을(Should've kissed)'을 두고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개막식이 끝난 뒤 한옥마을의 막걸리집 '천년누리'에서 동료배우·감독들과 함께 막걸리잔을 기울이면서 그런 소감을 밝혔다.

 

'키스할 것을'은 뉴욕을 배경으로 배우를 꿈꾸는 외로운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헌데 똑같은 영화를 보고도 "무슨 영화가 이러느냐" "따분해서 졸았다"는 관객들이 많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한 컷이 1분여 동안이나 정지해 있는 지루함, 반복 또 반복되는 장면, 화면과 대사의 단절 등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독립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독립영화(independent film)는 기존 상업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된 영화다. 따라서 주제와 형식, 제작방식 면에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상업영화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재미 없고 난해한 작품이 많다. 그렇다고 재미 없고 난해한 것이 독립영화의 조건은 아니다.

 

독립영화 를 표방하고 있는 전주영화제가 지난 7일 폐막됐다. 총예산 31억원, 상영편수 208편, 유료관객 6만6913명(좌석점유율 83.4%)의 성적표를 나타냈다. 규모는 줄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독립'은 자본과 배급망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하지만 '재미 없음' '난해함'으로부터도 독립하는 전주영화제를 만들면 어떨까. "세상 사는 게 골치 아픈데 영화 보면서까지 머릴 굴려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년에는 '유의미하면서도 재밌는 독립영화'가 많이 선보였으면 한다.

 

/이경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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