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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성철스님·법정스님 - 조상진

"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관(棺)도 짜지 마라. 사리도 찾지 마라"

 

지난 3월 입적하신 법정(1932-2010년) 스님의 유언이다. 평생 '무소유'를 실천한 스님은 많은 이에게 맑은 법문으로 불교의 향기를 짙게 뿌리고 갔다. 스님은 수행자의 구도심과 불교적 메시지, 문장가의 감수성이 어우러진 30여 권의 책을 통해 부처가 내 곁에 있음을 알렸다.

 

밀리언셀러로 널리 알려진 '무소유'라는 에세이집에는 이런 귀절이 나온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비우는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다.

 

스님과 친분이 두터웠던 김수환 추기경은 '무소유'를 읽고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님은 강원도 산골에서 수행하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리는 봄·가을 정기법회 때면 내려왔다. 그 때마다 '아쉬운듯 모자라게 살아라''더울 때 내가 더위가 되는 게 순리다'는 그윽한 법문을 들려주곤 했다. 그런 스님도 나라가 어려우면 민주화 운동에 나섰고 불교 개혁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 보다 앞서 입적하신 성철(1912-1993년) 종정은 자신을 찾아 온 대중이 부처님께 3000배를 올려야 만나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널리 회자되는 법어를 남겼다.

 

스님은 1947년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아래 봉암사 결사에 들어가 한국불교에 새로운 수행풍토를 조성했고, 8년간의 장좌불사(잘때도 눕지 않음)와 동구불출 10년 등 자기 수행에 엄격한 선승이었다.

 

성철스님은 1981년 12월 해인사 백련암에서 법정스님과 가진 인터뷰에서 수도자가 지녀야 할 5계를 제시했다. "잠 많이 자지 마라, 말 많이 하지 마라, 문자를 보지 마라, 과식과 간식하지 마라,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라"가 그것이다. 그런 스님이기에 돌아가실 때는 염의(染衣) 한 벌과 돋보기, 검정고무신 한컬레만 남겼다.

 

우리 시대 큰 스승이신 두 분의 발자취는 세속의 욕심이 용광로 처럼 끓는 요즘, 맑고 향기로운 법음으로 우리를 깨우쳐 준다. 21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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