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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무늬만 교장공모? - 이경재

최근 불거진 교육계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게 교장공모제다. 학교 현장의 폐쇄적인 승진제도를 개선, 젊고 유능한 인물이 교장으로 발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전북지역은 오는 8월말 정년퇴임 등으로 자리가 비는 도내 70개 초·중·고교 가운데 36개교가 그 대상이다. 평균 4.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제는 응모기준에 따라 내부형, 개방형, 초빙형으로 구분되지만 전북은 모두 교장자격증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이다.

 

초빙형으로 제한되자 기존 교장들의 임기만 연장해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장임기는 정년까지 4년씩 2회에 걸쳐 총 8년만 할 수 있지만 초빙형 공모제는 8년 임기를 마친 사람도 임용이 가능하고 또 초빙형 교장을 지냈어도 임명제 교장으로 8년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장공모제가 연공서열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어졌고, 당초의 취지처럼 젊고 유능한 인물이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져 버렸다.

 

공모 교장이 탄생되기까지는 세차례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해당 학교운영위가 주관하는 1차 학교심사의 터널을 지나야 하고 2배수로 압축되는 교육청 주관의 2차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역 교육청에서 압축한 두명중 1명을 전북교육청이 최종 낙점한다.

 

전북지역에서는 어제(24일)부터 1차 학교심사가 시작됐다. 31일까지 마무리되고 2차 심사는 6월3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교육계는 모양새는 그럴듯 하지만 로비 대상이 해당학교와 학운위, 지역교육청, 도교육청 등으로 늘어나 '쓸데 없는' 에너지를 낭비시키고 결국엔 로비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몹쓸 제도가 될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최종 선발권도 예전처럼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장공모제는 한마디로 교장임용에도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시장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금력이나 학연 혈연 지연 등 연줄망이 없으면 국물도 없는 곳이다. 후보들은 이미 연줄을 총 가동시켜 신청했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 벌써부터 억대 로비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다른 비리의 단초가 싹트고 있는 것이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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