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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일자리 만들기 - 이경재

"영혼이라도 팔아서 취직 하고 싶다"는 말은 일자리의 소중함을 대변하는 명제가 됐다. 도서관에서 대학생한테 들었다는 이 말은 김완주 지사가 선거 때부터 줄곧 썼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명제를 즐겨 썼다. '원전'(原典)이 누구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가릴 방법은 없어 보인다.

 

자치단체마다 일자리 만들기가 최대 화두다. 김완주 지사가 민선 5기를 시작하면서 "4년 동안 4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글쎄…. 도청의 조직도 일자리 위주로 확 바꿔버렸다. 민생일자리 본부장(부이사관)-일자리창출정책관(서기관)-일자리기획· 일자리컨설팅· 일자리평가 담당(사무관) 체제를 짰다.

 

그뿐인가. 기존의 여성· 노인일자리 담당 외에 각 국에 환경·문화·농식품·복지·건설·소방일자리 담당을 만들었다. 일자리 기구가 아니면 쪽도 펴지 못하게 생겼다.

 

도청은 일선 시군과는 달리 기획· 정책· 조정기능이 주다. 조직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역효과 우려가 매우 높다. 실적 보고 때문에 몇달 근무하고 말 일자리,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것이란 염려도 나온다. 일자리와 관련 없는 부서도 일자리 만들기에 치중해야 되기 때문에 본업 아닌 잡무만 늘어날 수도 있다. 별 것도 아닌 것을 일자리 실적에 포함시키는 행위들도 나타날 것이다.

 

일자리는 당연히 만들어야 하지만 행정이 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다. 행정은 이런 기능이나 해야 옳다. 기업이 들어올 때 농지전용· 형질변경 기간을 최소화했는지, 민원이 사흘만에 끝났는 데도 규정상 처리기간 7일을 고집하며 나흘이나 서랍에 넣어두는 행위, 준비서류와 절차, 소요기간 등 요건을 소상히 안내해줬는지, 생략해도 좋은 절차·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개선했는지, 부서간 이기주의 때문에 일을 더디게 만든 행위는 없었는지 등을 살피는 게 일자리 만들기를 돕는 길이다.

 

일자리 때문에 일거리만 늘어 개고생해선 안된다. 얼굴은 누렇게 뜨고도 성과가 없다면 이처럼 비생산적인 행정도 없을 것이다. '개 뼈다귀에 은(銀) 올린다'는 속담이 있다. 전시적으로 치장만 했지 효과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일자리 조직개편이 꼭 이런 속담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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