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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골프와 인생 - 이경재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골프의 묘한 점은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달려들수록 원하는 것은 오히려 멀리 달아난다는 것이다" 많은 골퍼들은 깨끗한 드라이브 샷으로 볼이 페어웨이 좋은 위치에 떨어지는 순간, 이번엔 꼭 버디를 잡아야겠다는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세컨 샷에 힘이 들어가 망치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목적지인 골프의 성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에 도착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라운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아들은 아는 사람을 통해 라운드할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하지만 아버지는 충고한다. "룰을 깨면서까지 플레이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니? 우리 때문에 룰 대로 하면서 플레이를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해야지"

 

논픽션 '마지막 라운드'(제임스 도드슨 저.아침나라)에 나오는 내용이다. 2개월 시한의 암 선고를 받은 여든 살의 아버지와 주인공인 아들이 골프여행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골프는 특히 마음을 비우고 무리하지 않아야 좋은 샷이 나온다. 욕심이 생기는 순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욕심이 강하면 강할 수록 볼은 목표에서 멀어진다. 골프를 맨털(mental) 스포츠라고 부르는 이유다. 골프는 또 룰과 예의가 깎듯한 스포츠다.

 

골프의 이런 이치는 삶의 순간 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야 하는지, 무리하고 욕심 내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를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인생살이와 닮았다. 그리고 교훈적이다.

 

인간들이 하는 일 역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하면 될 것을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세상이 혼란스럽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교육위원장 자리 마저 독식하자 교육의원들이 아예 참여를 거부, 파행을 빚고 있다. 감투 보다는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뜻이리라.

 

이번엔 김승환 교육감이 선거 전 지정된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했다. 최규호 전 교육감이 선거 며칠 전 두 학교를 자율고로 지정한 것도 무리수를 둔 것이지만, 이미 절차를 밟아 지정된 것을 취소한 것도 성급한 처사다.

 

선거에서 이기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걸까. 힘 빼고 무리하지 않아야 할 세컨 샷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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