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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이슨 R. 핸더슨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오마하 지부장

"한국농촌 상품 생산경제서 부가가치경제로 넘어가야"

제이슨 R. 핸더슨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오마하 지부장은 농업시장이 개방되는 FTA환경에서는 한국농업도 가격경쟁력이외의 품질 등 다른 경쟁력을 확보해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desk@jjan.kr)

국가간 무역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것이 농업이다. 농업 특성상 생산의 경직성에다 농가의 보수성 등으로 구조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자간 무역협정에 이어 개별국가간 협상을 통해 개방의 폭이 계속 넓어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세계적 식량대국인 미국과 FTA를 앞둔 국내 농가의 걱정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본보는 미국의 제이슨 R. 핸더슨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오마하 지부장으로부터 미국 농업의 실상과 한국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들어보았다. 주한미국대사관의 미 국무부 연사 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2일부터 5일까지 한국에서 강연활동과 한국의 농업 상황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4일 전북도청 강연에 앞서 본보를 찾은 그는 농촌의 발전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으며, 단순한 생산에서 나아가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방화시대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농업상황을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셨겠지만, 밖으로 보인 한국의 농촌 풍경을 본 소감은.

 

△전주에 내려오면서 (한국) 농촌 곳곳이 개발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닐하우스(green house)가 많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사는 네브래스카주와는 다른 환경이지만, 쌀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와 미시시피 삼각주와는 비슷하더군요. 비닐하우스 안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작물을 키우면서 새로운 '상품 가능성'을 실험하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싹 트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한국 농업은 대외 개방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 밀리고, 대내적으로는 고령화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농업의 현실은 어떤지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작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시장에서도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미국 농업의 근래 추세와 함께, 농업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이 추진되는 지 설명해주십시오.

 

△미국의 농촌 지역은 '상품 생산 경제'에서 '부가가치 경제'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옥수수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공식품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마진(중간 이윤)이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부가가치 경제 활동과 농촌 개발 이슈 관련 예산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일반 작물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인 반면, 바이오 연료(bio fuel)와 지역 식품 시장에서의 농촌 관광(eco tourism), 유기농·특수 작물에 대한 정부 예산과 투자는 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 농무부에선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무담보 소액대출) 등 지역 식품 시장에 대한 금융 지원을 실시하고 있고, 미 상무부에선 지역 농촌 기업들에 시장 분석 지원 등을 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지방정부) 차원에선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각 대학과 농무부가 협약을 맺어 농촌 기업들의 신상품 개발이나 시장 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지부장님께서는 농촌의 발전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배경인가요?

 

- 미국 중서부 지역은 인구 밀도가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 지역 사회에서 파트너십(partnership) 구축은 매우 중요합니다. 있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작은 농촌 시장에서는 갖추기 힘든 '규모의 경제'를 구성원 간 협력 관계를 통해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과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농촌에서 기업가 정신이란, 첫 번째가 신기술을 개발해 상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전혀 새로운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창조적 파괴'를 의미합니다.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영리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의 고갱이입니다.

 

-기업가 정신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면.

 

△기업가 정신이 성공을 거둔 예로 비농업 분야이긴 하지만, 네브래스카주의 '커니(Kearney)'라는 컴퓨터 컨설팅 기업이 있습니다. 운영은 시골 지역에서 하지만, 서비스는 도시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도까지 회사를 확장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바이오 에탄올 부문에서, 최근 네브래스카주에서 옥수수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을 추출해 천이나 자동차 시트, 컵 등의 재료를 생산하는 것도 성공 사례입니다.

 

-전북은 한국의 주된 쌀 생산지였고, 지금도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쌀 수매제가 폐지되면서, 상당 부분 구조조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농가에서는 마땅한 대체작물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농촌도 1990년대 한국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농산물 공급 과잉으로 미국 정부는 옥수수 등의 곡물을 기르지 말라고 농가들을 압박하고, 일부 보조금은 중단했습니다. 지금은 대체작물을 생산하거나, 기존 작물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도 현재의 환경에서 쌀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을 찾거나, 쌀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쌀이 다른 산업에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다른 종을 생산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미국 소고기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앵거스 소고기'(Angus Beef)에서 함의(含意)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앵거스 소고기'가 마진이 큰 것은 (철저한 위생 관리와 과학적인 사육 등에 따른) 소가죽의 색깔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고급화 전략을 쌀 시장에 도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에 대해 한국 농가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한-미 FTA가 양국의 농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 농가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정부를 대표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교역량이 늘어나면 두 나라 모두에게 돌아갈 이익이 많아지고, 이것은 양국 경제의 확장과 성장을 의미합니다. FTA를 통해 더 큰 시장과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미국 농가 입장에서는 한-미 FTA가 비준이 되면, 미국 내부적으로 농업 생산자 간 경쟁이 붙고, 미국 농업이 가진 주요 자원이 무엇이고, 장점이 뭔지 고민할 것입니다. 이것은 마케팅 등 기존의 경쟁 방식을 모두 새롭게 바꿔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 생산자들도 가격 경쟁력 말고 다른 경쟁력을 확보해 질로서 승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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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김준희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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