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논설위원
종자산업 분야에서 세계 2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미국의 듀폰은 실은 서부 개척시기에 화약을 만들던 회사였다. 그 뒤 '기적의 옷감'으로 불리던 나일론을 만들어 내면서 일약 세계 제일의 섬유회사로 변신한다.
듀폰은 그러나 2004년 섬유 부문을 과감히 매각해 버리고 사람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식량산업으로 또 한번 변신을 시도한다. 식량위기와 그에 따른 가격상승, 유전자변이 식품 등이 미래 중요한 수요로 부상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식량산업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살리기 위해 종자업체인 '파이오니아'를 인수한다.
종자산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듀폰은 지금 '몬산토'에 이어 세계 2위로 우뚝 서 있다. 도무지 연관성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화약에서 섬유, 그리고 식량산업으로 종(種)의 전이를 이뤄낸 것이다.
동양제철화학도 상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변신으로 글로벌 기업이 됐다. 포목상점(건복상회)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화학제품 원료를 생산하는 동양화학으로 업종의 전이가 이뤄졌고 2000년 제철화학과 제철유화를 인수하면서 동양제철화학으로 발전한다. 그 뒤 타이어 재료인 카본 블랙을 생산하던 미국의 '컬럼비안 케미컬'(CCC)을 인수할 정도로 고속 성장했다. 미쉐린과 굿이어 등 세계적인 타이어업체에 카본 블랙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회사 이름도 아예 'OCI' (대표이사 회장 이수영)로 바꾸었다.
더 놀라운 건 태양광을 이용한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으로의 진출이다. 일종의 공해산업 회사가 친환경 대체 에너지사업으로의 변신을 시도, 듀폰처럼 업종 전이를 과감하게 이뤄냈다. 미래 에너지 수요의 흐름을 읽고 판단한 결과다. OCI는 미국의 태양광 업체인 '선파워'와 매출의 20%에 육박하는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이런 OCI가 전북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새만금 산업단지에 10년간 10조원을 투자, 태양광발전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카본 블랙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부문 세계 제일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직접 고용인원만 4000명에 이른다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듀폰과 OCI는 세상의 흐름을 읽는 눈과 과단성이 있어야 최고가 된다는 법칙을 가르쳐 주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통하는 교훈이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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