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의 '축령산'은 지난해 한 TV에서 전파를 탄 이후 편백나무 숲의 상징처럼 각인돼 있다. 면적이 1,148ha에 이를 만큼 광대하다. 이곳에 나무를 가꾼 사람은 춘원 임종국씨다. 독림가인 그는 1956년부터 6.25 동란으로 황폐화된 축령산 일대에 사재를 털어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평생을 받쳤다. 산림청이 이 숲을 사들여 '고 임종국 조림지'로 명명하고 조림공적비를 세웠다. 지금은 민박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숲에 들어서면 특유의 시원한 향이 코는 물론 마음까지 상쾌하게 뚫어준다. 나무가 발산하는 '피톤치드'라는 휘발성 물질 때문이다. 나무가 해충이나 병원균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내는 항생물질의 일종이다. 병원체 활동을 억제해 인체 면역력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신이 주신 천연 면역증강제'로 부르기도 한다.
피톤치드(Phytoncide) 는 러시아어로 식물이라는 뜻의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사이드(Cide)'가 합쳐진 말이다. 1943년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이 처음 발표했다.
편백나무는 소나무의 거의 두배에 이를 만큼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발산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 인공조림지인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 최고의 산림욕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여름엔 완주군 상관면 죽림온천 가는 길 도중의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이 인기 '짱'이었다. 지난 75년 미원그룹이 손가락 굵기의 편백나무를 조림한 것이 무성하게 자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50여만 평이 넘는 산림중 지금은 26만 평이 개인 소유다. 옥녀봉 한오봉 등 2시간 30분 정도의 등산코스로도 제격이다.
지난 2월부터 완주군이 시설을 제공하고 공기· 공덕· 정좌 등 3개 마을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은 몰리는데 2km에 이르는 진입로는 교행이 어려울 만큼 협소하고 편익시설도 부족하다. 짜증나기 마련이다. 마을 총무 김진곤씨는 "개인소유 26만 평을 완주군이 매입하려 해도 소유주가 팔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유림을 위해 행정이 예산투자를 할 수 없는 게 고민이다. 축령산의 고 임종국씨가 빛나 보인다. '치유의 숲'이라 명명해 놓고 스트레스만 얻어간다면 흠뻑 들이마신 피톤치드도 허사 아니겠는가.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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