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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세밑 단상 - 백성일

41년만에 전주에 큰 눈이 내려 설국(雪國)이 만들어졌다. 아귀 다툼하고 사는 인간 세상을 하루 밤 사이에 깨끗하게 눈으로 덮어 버린 이유는 뭣일까. 교만으로 가득차 있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보기 싫은 것을 뒤덮기 위해서일까.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를 부러워만 한다.가난한 자는 부자를 부러워하고 권력을 가진자는 건강한 자를 부러워하고 건강한 자는 부자를 부러워 한다.

 

그러나 '부러움이 부질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장자(莊子)가 일깨워 준다. "저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의 크기를 말해 줄 수 없다(井蛙不可以語於海). 자신이 사는 우물이란 공간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拘於虛也). 저 여름 벌레에게는 얼음을 설명할 수 없다(夏蟲不可以語於氷).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篤於時也). 저 시골 동네 선비에게는 진정한 도를 설명할 수 없다(曲士可 以語於道). 자신이 배운 것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束於敎也)."

 

그만그만한 공간에서 짧은 시간을 살다가면서 그저 자기 생각이 옳다고 아우성 치는 모습들이다. 우리는 공간, 시간, 지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각자가 자기의 성을 쌓고 사는 것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우물안 개구리 마냥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호랑이 없는 세상에서 토끼가 대장 노릇 하듯 마냥 까불어대는 사람만 있다.

 

선거가 자주 치러지다 보니까 선거 때마다 당선자 쪽으로 줄서서 호가호위 하면서 잘 먹고 사는 사람이 생겼다. 다 부질 없는 짓인데도 남들이 손가락질하고 비꼬는 것도 모른다. 자신이 한 손가락으로 남의 허물을 지적하지만 나머지 세 손가락이 정작 자신을 가르키고 있는 줄을 모른다. 자신은 잘못 없고 모두가 남의 탓이다. 그래서 세끼 밥 먹고 사람답게 살기가 힘든 것이다.

 

다사다난 했던 경인년이 저문다.한해의 끝자락에 설 때마다 자신을 뒤돌아 보지만 아쉬움만 남는다. 맘을 비우지 못하고 채우려고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영원한 것도 변하지 않은 것도 없다. 내려올 때를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오히려 힘 있을 때 겸손해야 한다. 아니면 돈이고 권력이고 건강이고 모든게 일순간에 날아간다.

 

/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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