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2층 내 책방 옆에 작은 놀이터가 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이 책가방을 팽개쳐 두고 놀이터에서 놀거나 아파트 정원 물 가두어 놓은 곳에서 옷을 적셔가며 정신없이 물 달팽이나 올챙이를 잡으며 놀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감쪽 같이 사라진다. 초등학교 선생을 오래 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이들 노는 모습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아이들이 노는 소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에게서 놀이를 빼앗아 버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시킨다. 하루 종일 책만 들여다보고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불쌍하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가지고 누구와 어떻게 놀든 놀이는 인간본성의 창조 행위다. 놀이만큼 큰 인간 공부는 세상에 없다. 놀 줄 모르면 살 줄도 모른다. 하루 종일 혼자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무섭다.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 시간씩이라도 운동장에서 노는 시간을 주면 어떨까. 아무 계획도 세우지 말고 아무 간섭도 하지 말고 아무런 장부도 만들지 말고 그냥 놀게 하면 어떨까. 교사들도 하루 한 시간 쯤 그냥 놀면 안 되나?
인성교육과 성적 제일주의 교육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 말장난이다.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조차도 가르치지 않은 잔인한 경쟁교육만을 시키고 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어떻게든 일등만 하라고 가르친다면 사람이 짐승과 무엇이 다른가.
눈이 많이 온 날 아침 아파트를 걸어 나가는데 초등학교 1, 2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서너 명이 눈사람을 만들며 놀고 있었다. 노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바라보고 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 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
놀랍고 충격적이다. 내가 "너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니?" 라고 물었더니, 너무나 쉽게도 "맞잖아요." 한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교육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희망도 그렇다.
새해에는 우리 아이들이 하루 한 시간만이라고 공부로부터 석방되어 마음껏 뛰노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김용택(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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