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때문에 나중에 고향에 오라고 하지만 자식들로서는 머리가 아프다. 돈은 없고 선물해야 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머리가 지끈거린다. 선물도 시대적 환경과 소득 수준 그리고 생활양식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먹고 살기가 힘들 때는 생활필수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는 백화점 상품권을 최고로 친다.
1950~60년대만해도 설탕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만큼 설탕이 귀한 대접을 받았다. 주는 사람도 정겹고 받는 사람도 고마움을 느끼는 물건이었다. 1970년대는 종합선물세트나 치약이, 80년대는 넥타이·지갑·양말, 90년대는 참치세트·조미료세트, 2000년대는 홍삼·와인·쇠고기등 웰빙상품이 많아졌다. 한 때 군산에서 나오는 백화수복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 짱이었다.
요즘에는 특산품이나 건강식품 그리고 과일 등을 선물로 많이 한다. 눈 많이 오고 워낙 날씨가 추워 선물 값도 많이 올랐다. 양식이 잘 안돼 비쌌던 전복도 요즘에는 물량공급이 원활해 선물로 많이 나가고 꽃게장도 여전히 인기상품이다. 홍삼제품이 날개 돋힌 듯이 잘 팔려 한의원과 한약방에서 보약 판매가 안될 정도다. 무주에서 생산되는 천마제품도 꾸준히 팔린다.
아직도 쇠고기 갈비세트나 굴비세트는 품격 있는 선물로 여긴다. 구제역으로 육류소비가 줄었지만 그래도 한우 갈비세트는 고가라서 인기다. 영광굴비는 제사상에 오르는 제수용품이면서 그 맛 때문에 선물로 많이 찾는다. 해풍으로 말린 영광굴비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마리당 10만원 넘는 것도 있다. 자린고비 마냥 집 안팎에 굴비를 매달아 두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설 때 선물 말고 뇌물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선물과 뇌물의 차이는 대가성 여부다. 기쁜 마음으로 받으면 선물이고 받고 나서 고민하면 뇌물이다. 자랑스럽게 주는 것은 선물이고 비밀스럽게 주는 것은 뇌물이다. 문제는 대가성을 바라는 돈 봉투다. 5만원권 고액권이 나와서 뇌물액수도 커졌고 전달하기도 간편해졌다. 예전에는 설 돈봉투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냥 넘어 갔지만 지금은 잘못 받으면 큰 코 다친다. 받았을 때 '어머~'하는 감사의 소리가 나는 물건만 받으면 탈은 안난다.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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