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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인생의 전환점 - 이경재

예수님이 병든 이를 고통에서 구해내자 베드로가 물었다. "예수님, 이 세상에서 고칠 수 없는 병도 있습니까?" 예수님 가라사대 "암." 불치의 병인 암 선고 자체도 충격이지만 시한부 삶을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췌장암으로 지난달 18일 병가를 냈던 애플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56)한테 '이제 6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명 인사의 동향이나 루머를 주로 전하는 '내셔널 인콰이어러' 최신호가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암센터 내과 전문의 새뮤얼 제이컵슨 박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때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는데 대학교 중퇴와 본인이 창업한 애플에서 쫒겨난 것, 그리고 죽음에 직면했던 이야기를 했다.

 

"1년 전쯤 췌장에 종양이 있다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들은 길어야 3~6개월 산다고 했습니다. 그때 만큼 죽음에 가까이 가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 삶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낭비하지 마십니오."

 

스티브 잡스는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재기했지만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죽음에 직면했던 상황이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다."며 항상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 원하는 것을 하고 살라고 그는 조언한다. 죽음을 맛본 건 그에게 교훈이었고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이다.

 

어느 암환자는 "죽음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은 사람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시한부 삶이 선고된다면 끔찍한 노릇이다. 모르는 게 약이고 행복이다. 다만 내일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죽음이 던지는 교훈이라면 교훈일 것이다. 죽은 듯 살지 말고 죽을 듯 산다면 스티브 잡스처럼 인생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인간은 영원히 살 것 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유한자(有限者)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는 인간은 측은하다. 유한성을 깨닫지 못하면 윤리도, 도덕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일수록 욕심이 많고 권위주의적이며 출세지향적 인간이 되기 쉽다. 우리 사회에 이런 유형의 사람이 많은 건 불행이다.

 

/ 이경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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