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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서예·한문 이야기] ⑦추사 김정희의 글씨(4)

예서(隸書) 쓰는 법

협서: 竹琬雅鑑幷請削定. 近日隸法皆宗鄧完白, 然其長在篆, 篆固直溯泰山琅耶, 有變現不測, 隸尙屬第二. 如伊墨卿頗奇古, 亦有泥古之意, 只當從五鳳黃龍字, 參之蜀碑, 似得門徑. 阮堂

 

죽완께서 청아한 안목으로 감상하시고 아울러 매섭게 지적하여 바로 잡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요즈음 예서를 쓰는 필법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완백을 으뜸으로 삼고 있으나 그(등완백)의 장점은 오히려 전서에 있다. 그의 전서는 곧바로 (진시황 때 비석인) 태산비와 낭야대(琅耶臺)비로 거슬러 올라갔기 때문에 변화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의 예서는 그 다음이다. 이묵경 같은 사람의 예서는 상당히 기이하고 예스러움 점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옛 것에 얽매인 뜻이 있다. 예서는 마땅히 서한시대 예서 유물인 '오봉·황룡자'를 좇고 촉나라 비석을 참고해야만 제대로 길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당

 

琬:옥홀 완/ 雅:맑을 아/ 鑑:감상할 감/ 幷:아무를 병(and)/ 請:청할 청. 削:깍을 삭/ 隸:예서 예(예서: 자체의 하나)/ 皆:모두 개/ 宗:으뜸 종/ 鄧完白(등완백): 청나라 서예가(본명:鄧石如)/ 然:그러나 연/ 篆:전서 전(전서:자체의 하나)/ 固:진실로 고/ 直:곧바로 직/ 溯:거슬러 오를 소/ 泰山(태산)·琅耶(낭야):진나라 때 세운 석각물 이름/ 尙:오히려 상/ 屬:속할 속/ 伊墨卿(이묵경):청나라 서예가(본명:伊秉綬)/ 頗:자못 파/ 奇:기이할 기/ 泥:진흙 니/ 只:다만 지/ 當:마땅할 당/ 從:좇을 종/ 五鳳黃龍字(오봉황룡자):서한시대 예서 필적 유물/ 參:참고할 참/ 蜀:촉나라 촉/ 碑:비석 비/ 似:같을 사/ 徑:길 경

 

흔히 서예 작품을 대할 때 사람들은 "이것은 무슨 체(體)예요?"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어떤 의미의 체를 묻는지 알 수 없어서 더러 난감할 때가 있다. 체는 자체(字體)와 서체(書體)로 나눌 수 있다. 자체란 중국의 한자가 오랜 세월동안 변화해 오는 과정에서 필획의 가감이나 곡직으로 인해 글자의 구조 자체에 다름이 있을 때 그 구조상의 다름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이른 바, 5체라고 하는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가 바로 그것이다. 서체란 이미 정해진 자체인 5체를 개인 서예가가 어떻게 표현했는가 하는 풍격(風格) 즉 스타일의 차이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같은 해서체로 썼어도 추사 김정희와 한석봉의 스타일이 다를 테고, 구양순이나 안진경의 스타일이 다르므로 이러한 스타일의 차이에 따라 추사체, 한석봉체, 구양순체, 안진경체... 등으로 분류한 것이 바로 서체인 것이다. 그런데 추사의 이 협서는 자체로서의 예서를 잘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밝힌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시 중국 청나라의 서예가인 등석여와 이병수의 예서에 대한 평을 곁들이고 있다. 협서에서 거론한 '오봉·황룡(五鳳·黃龍)자'는 서한 시대 '五鳳'이라는 연호와 '黃龍'이라는 연호를 사용하여 쓴 글을 새긴 석각 유물을 말한다. 촉비(蜀碑)는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서예 유물로 남아 있는 비를 말한다. 중국서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추사의 서예 이론을 볼 수 있는 협서이다.

 

협서의 앞부분 '竹琬雅鑑幷請削定'이라는 구절에서 '죽완(竹琬)'이 누구의 별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삭정(削正)'은 옛날에 잘못 쓴 죽간이나 목간을 깎아내어 바로잡듯이 그렇게 엄하게 바로잡아 달라는 의미로 사용한 겸사이다. 이 협서의 맨 마지막에는 '阮堂'이라는 자신의 호를 써 넣어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혔다. 이처럼 한 작품에 쓴 사람의 이름과 받을 사람의 이름을 다 밝혔을 경우, 특별히 '쌍낙관(雙落款)'혹은 '쌍관'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쓴 사람의 이름만 밝혔을 경우에는 그냥 '낙관'을 했다고 하지만 특별히 '쌍관'과 대비해서 말할 때에는 '단관(單款)'을 했다고 하기도 한다. 지난 3월 9일에 소개한 작품은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오늘 소개한 이 작품은 용인의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같은 구절을 쓴 이 두 작품을 상호 비교해 보면 추사 예서의 독특한 맛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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