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07:42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공로연수제도 - 이경재

"33년생 공로연수, 34년생 명예퇴직 '내무부 지시'…공직사회 파문" 1993년 11월27일자 신문은 공로연수 강제 시행과 반발내용을 사회면 톱기사로 싣고 있다. "서기관급 이상 100여명선 대상, 불응 땐 보직해임 대기발령"이란 부제가 달렸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공로연수제도 시행 첫해의 분위기다. 내무부(지금의 행정안전부)는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정년을 1년 앞둔 서기관급 이상 공직자를 대상으로 공로연수 신청을 받도록 전국의 각 자치단체에 지시했다. 공로연수에다 명예퇴직까지 강제하니 꼭 사정(司正)처럼 비쳐졌다.

 

해당 공직자들은 정년 보장 위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33, 34년생은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과제로 대두된 뒤 공채로 임용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저항이 더욱 컸다.

 

인사 주무과장인 총무과장은 인사때마다 대상자를 찾아가 읍소하며 공로연수 동의를 받느라 죽을 맛이었다. "선배 몰아내고 잘 되는가 보자, 너는 나이 안먹느냐" 는 등의 갖은 핀잔을 들어야 했다.

 

공로연수에 안들어가려 버티는 대상자들, 선배들이 자리에 연연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후배 공무원들, 공로연수 동의 받으러 온갖 수단을 동원하던 인사부서 근무자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공로연수는 자격증이나 취업정보· 기술 등 사회적응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년 1년을 앞두고 공직수행을 그만 두게 한 제도다. 무슨 공로를 끼쳤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지만 취지는 그럴 듯 했다.

 

그러나 '안방 근무'로 변질됐고 사실상 정년을 1년 앞당긴 제도가 되고 말았다. 놀리면서 매월 수백만원씩의 월급을 주니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전북도는 공로연수자를 유관기관이나 지원기관· 기업체 등에 파견근무시키겠다고 했다. 정읍시는 하반기부터 근무경력 등을 고려해 '문화시설소통관' '복지시설소통관' '체육시설소통관' 등 3개 분야의 소통관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궁여지책이겠으나 탁상에서 머리 굴린 전시적인 시책이다.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 탁상행정의 헛점은 현실을 모른다는 데에 있다. 인력을 사장시키고 소중한 혈세를 낭비시키는 이 제도는 폐지하는 게 정답이다.

 

/ 이경재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