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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전주 미나리 - 조상진

"펑펑 물이 솟는 샘물 가에서/ 캐고 따고 하는 건 미나리니라." 시경(詩經)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중국에서는 2500여 년 전에 이미 미나리가 식용 또는 약용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인도차이나가 원산인 미나리는 고려사 열전에 미나리밭(芹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식용했음이 확인된다.

 

다년초인 미나리는 가을에 순을 잘라 뿌려두면 물기가 있는 곳이나 냇가에서 잘 자란다.

 

이 미나리는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으나 전주 미나리가 특히 유명하다. 경상도 화악산 골짜기에서 생산되는 한재미나리나 언양미나리도 이름이 있으나 옛부터 전주 미나리를 제일로 쳤다. 전주 미나리는 굵고 길 뿐 아니라 겨우내 물속에서 자라 줄기가 연하고 진녹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해독작용과 지혈에도 탁월하다.

 

선조 4년(1571)에 전라감사로 부임했던 유희춘(柳希春)의 시조는 그것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미나리 한 떨기를 캐여서 씻우이다/ 년대 아니야 우리 님께 받자오이다/ 맛이야 긴치 아니커니와 다시 씹어 보소서."

 

이 시조는 유 감사가 봉안사(奉安使)로 전주에 온 박화숙과 진안루(鎭安樓)에서 술을 마시며 읊은 것이다. 조촐한 술상임을 말하면서도 전주 미나리를 자랑하고 있다.

 

지금 전주 미나리는 전미동 호성동 평화동 효자동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전주 8미(味)'의 하나인 미나리는 '서원 넘어' 미나리를 꼽았다. 서원은 현재 신흥고 자리에 있었던 화산서원(華山書院)을 가리킨다. 화산동 고개를 넘으면 물씬 미나리 향취가 코를 찔렀다. 미나리꽝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연중 이용하는 채소지만 제철을 챙기자면 아무래도 봄철이 제격이다. 독특한 향미가 있어 이른 봄철에 식욕을 증진시켜 주고, 비타민 B군이 많아 춘곤증에 좋다. 대개 삶거나 데쳐 나물로 무쳐 먹으며 생미나리를 김치·물김치에 넣으면 특유의 청량미를 낸다. 생선찌개에는 최고의 부재료요, 미나리생채 쌈 강회 등도 별미다. 미나리 강회는 잘게 썬 편육이나 제육에다 실고추와 잣을 얹고 이것을 데친 미나리 줄기로 감아낸 것이다. 술안주나 반찬으로 일품이다.

 

미나리는 옛 민요처럼 '살랑살랑(왈랑왈랑) 끓는 물에/ 아주 담박 데쳐내어' 먹어야 한다. 일교차가 크고 입맛이 없는 계절에 살찐 미나리 봄동으로 식욕을 돋워주면 어떨까.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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