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는 엄연히 교사지만 '정식 교사' 가 아니다. 계약직 교사 또는 임시 교사에 불과하다. 학교와 기간제 교사는 '갑'과 '을'의 관계다. 기간제 교사는 약자다. 목줄을 교장이나 이사장이 쥐고 있다.
일부 학교들이 정년 퇴직 등으로 빈 교사 자리를 정규 교사로 채우지 않고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로 때우고 있다. 진이 빠지도록 오랜 기간 기간제 교사 신분으로 놔두는 학교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현행 사립학교법상 정규 교사를 채용할 때는 서류전형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할 수 없지만, 기간제 교사는 이런 규정이 없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아 쓸 수 있다. 특정인을 기간제 교사로 뽑은 뒤 기득권을 인정해 주면서 나중에 정식 교사로 채용하는 숫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커넥션이 오간다는 것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립학교 교사 채용 단가가 억 단위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몇천만원 하던 단가가 이제는 억 단위로 뛰어 올랐다고 한다. 기간제 교사 제도가 정규 교사 채용의 징검다리로, 또 채용 비리의 안전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도내 어느 중학교는 2009년 1명이던 기간제 교사를 올해는 5명으로 늘렸다. 전체 교사의 38.5%가 기간제 교사다. 또 어느 고등학교는 2009년 2명에서 작년엔 4명, 올해는 8명으로 늘려 전체의 16.7%를 기간제 교사로 채웠다고 한다. 도내 117개 사립학교 중 기간제 교사 비율이 10%가 넘는 학교가 16개에 이른다.
교육과정 다양화, 교과교실제 추진, 육아휴직제 활성화 등에 따른 기간제 교사 수요가 있지만 검은 돈의 유혹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늘리거나 장기간 방치하는 건 분명 문제다. 해당 학교 교사들은 "무슨 꿍꿍잇속인 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빈정대지만 사립학교 이사장(교장)만 귀를 닫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공개시험을 통한 '기간제 교사 인력풀제'를 시행키로 했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교과별 전공과 수업지도안 작성 등의 공개시험을 치러 선발한 뒤 이 인력풀에서 임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채용 비리, 무책임한 교수지도 등을 제어하기 위한 조치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방안이 나왔을까. 전북교육청이 벤치마킹 해도 괜찮을 것 같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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