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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먹자판 축제 - 백성일

요즘 날씨가 유혹한다. 5월이 불청객인 황사를 몰고 왔지만 봄은 봄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좋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봄이 실종된 듯 보이지만 그래도 꽃 피는 봄이 좋다.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워서인지 올 봄을 기다렸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벚꽃이 다른 때보다 일찍 졌다. 꽃 중에는 벚꽃 만한 꽃이 없다. 화사하기가 그지 없기 때문이다. 벚꽃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제주도다.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좋은 날이 많다. 가정의 달이라서 사랑과 평화가 넘쳐난다. 아무래도 5월에는 바깥 나들이가 잦다. 산 들 바다가 아름답기 그지 없어 그 쪽으로 달려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한테는 휴식이 필요하다. 삶이 긴장의 연속이라서 더 그렇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굿을 즐겨왔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보면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이 굿의 어원이다. 굿은 축제다.

 

전국 시·군·구에서 치러지는 지역 축제는 자그만치 1178개나 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만해도 지역 축제는 280개 정도에 불과했다. 그 후 800개 이상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쯤되니 아예 '축제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여유가 있어 주민들에게 놀거리·볼거리·먹을거리를 제공한다면 그다지 문제 될 게 없다. 게다가 지역경제에 도움되는 축제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축제 중에는 과연 축제로 이름 붙일 만한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들도 있다. 추레한 먹거리 장터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비슷비슷한 자기복제식 프로그램으로 축제 명칭만 가리면 도대체 무슨 축제인지 모를 행사도 있다. 풍성한 이야기도 문화적 향취도 따스한 정서도 없는 축제들이 난무한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면서 특색 없는 축제들이 많다.

 

각 지역별로 축제를 많이 하는 이유는 단체장이 지역 주민들에게 선심 쓸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지역문화를 창달하고 주민들에게 휴식기회를 준다는 명분도 있지만 그 보다는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베풀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은 농촌군은 군수가 축제 기간 중에 거의 유권자를 만날 수 있다. 자기 돈 안들이고 선거운동을 하기에 재·삼선이 그래서 가능하다. 앞으로는 먹자판 보다는 경제성을 따져서 축제를 열었으면 한다.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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