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특징 중의 하나는 소위 '룸살롱'이다. 세계 어느곳에도 칸막이를 만들어 놓고 그 밀폐된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는 나라는 없다. 그 나라의 술문화를 보면 그 나라의 민족성을 알 수 있다는 사회학자도 있다. 아무튼 밀실인 룸살롱 속에서 갖가지 부패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룸살롱이 보이는 은폐 공간이라면 우리 사회의 혈연·지연·학연, 그리고 종파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룸살롱이요, 밀실이다.항간에 떠도는 '고소영' · '장동건' 인사라는 말도 우리 사회 인맥현상을 빗대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 보다는 그 사람이 속한 인맥의 형태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고 생각들을 한다.
이러한 인맥은 서양인처럼 수평적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로 세우기의 수직적, 종적 인간관계를 낳는다. 누군가 기능적으로 정부 기관의 공무원으로 채용되면 그 직위가 9급이냐 8급이냐 식으로 서열을 정하기 좋아한다. 학문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도 순수한 토론이나 순수한 세미나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세미나에서 설사 토론이 벌어졌다 해도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와의 사이에 학교 선·후배 관계가 형성되면 객관적이고 진지한 학문적 토론과 비판을 할 수 있는 분위기 못되고 만다. 후배 토론자가 주제 발표자인 선배의 이론을 비판하면 후배는 소위 '괘씸죄'라는 죄목에 걸려 그 세계에서 처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학회라는 모임이 학문집회라기 보다는 일종의 친목대회 분위기가 많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런 경직된 분위기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뒤떨어졌다고 보는 티베트의 라마 학승들이 교리회의를 할 때도 우리와 달리 상·하 구분없이 동렬로 앉으며 서로 경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까지도 이 교리회의 때는 용상에서 내려와 동렬에 앉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계는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시간강사·조교·학생이라는 수직적 서열로 세분되었다. 인맥내에서도 선배·후배라는 상·하 수직적 관계로 엮어져 있으며 이런 인맥이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추동력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인맥은 산을 움직이고 강줄기를 돌려 놓는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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