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천년초…'마을공동체' 되살리다
▲녹색농촌 꿈꾸는 중금에너지자립마을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중금에너지자립마을'의 꿈은 야무지다. 이 마을은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탄소라벨링'을 할 계획이다. 탄소라벨링은 농산물을 생산하기까지 탄소가 얼마나 배출됐는지를 표기하는 것. 말하자면 화석연료가 사용되지 않는 순환농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축사부산물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대체하고, 농기계도 바이오디젤로 움직일 계획이다. 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를 모아 이달말부터 생산할 예정. 농산물 가공도 태양광을 이용할 계획이다. 현재 임실군 지원을 받아 태양광전기 가공공장을 세우고 있다. 농산물 생산과정만이 아니다. 일상생활도 녹색삶을 지향하고 있다.
중금마을은 2009년부터 에너지자립마을을 준비해왔다.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마을 주민들의 화두가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농업을 지속하면서 환경도 생각하고, 소득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 '저탄소 녹색마을'로 의견이 모아졌다. 저탄소농업이 도-농교류로 이어지고 결국은 관광산업으로도 연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음이 맞는 주민들이 먼저 나서 시민단체 도움을 얻어 저탄소 녹색농업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했다. 그리고 마을에 쓰레기 분리수거함부터 설치했다. 가구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됐다. 29가구중 세대원이 4인이상인 10가구와 마을회관에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됐다.
중금마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마을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방문객을 위한 식당이 운영되고, 농산물 판매장이 차려졌다.
중금마을은 올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 육성사업 지원금을 받는다. 지원금으로는 자립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주민들의 에너지자립이 이뤄지고 저탄소 농산물생산이 본격화되면 중금에너지자립마을은 더욱 활기가 생길 것이다.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한 천년초마을
익산시 성당면 천년초마을은 천년초농장을 운영하던 김영화씨가 천년초재배를 이웃주민들로 확대하면서 마을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사례다. 천년초사업이 전망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2007년 인근의 12농가와 함께 작목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가공과 유통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 '익산천년초마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조합에 참여한 주민들은 '천년초'라는 새로운 소득작목을 얻었다. 재배가 늘어나면서 가공·유통사업도 커졌다. 천년초 수확때는 마을 일손이 총 동원되고, 가공공장도 바쁘게 돌아간다.
천년초마을은 지난해 '대한민국 100대 농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산물재배와 가공·유통·체험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모범 농장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천년초마을은 천년초를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천년초 부가가치를 높이고 판매를 늘리면 주민들의 소득도 커지고 천년초마을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마을이 소문나면 귀촌하겠다는 이들도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도 갖고 있다.
▲마을기업 만들기 붐
중금에너지자립마을과 천년초마을처럼 마을 주민들이 나서 공동체를 지속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힘을 모으는 사례가 도내에도 잇따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기반을 다져온 마을도 있고, 최근 공동체육성사업을 통해 자립을 모색하는 곳도 있다.
전북도가 지난해 처음 도입한 '향토산업마을 육성사업'도 마을공동체가 주체적으로 자립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이 육성사업을 통해 도내에는 올해까지 모두 64개의 향토산업마을이 가꿔지고 있다. 도에서도 이들 마을에 대한 컨설팅을 위해 마을만들기협력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으며, 마을들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동반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을기업 육성사업은 정부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원을 통해 도내에서는 지난해에는 14곳의 마을이 자립기반을 다졌고, 올해도 18개의 마을에서 마을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금에너지자립마을처럼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 경우도 있고, 천년초마을처럼 일부 주민이 선도적으로 나서 이끌어가는 곳도 있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 자연 산업 등 특화된 향토자원이 이들 마을기업의 경제활동의 핵심이다. 군산 대방영농조합법인은 유기농두부생산을 통한 자립마을 공동체사업을, 하늘별마을운영위원회는 만행산 천문체험관 체험열차운영을 통해, 무주 하늘땅영농조합법인은 참살이식품 판매로, 장수 신농영농조합법인은 사과를 이용한 사업을, 순창 하마모시작목반은 하마솥 전통떡 가공사업으로, 고창 알현마을은 메주를 만들어, 부안의 용사마을 사랑감 작목반은 곶감가공사업을 마을의 자립기반을 다지는 사업으로 가꿔가고 있다. 마을의 자연환경과 역사, 주민들의 삶을 관광자원화하고 있는 진안의 마을여행사업단 풍덩(poongdoong.net)도 공동체회사로 커가고 있다.
농수산식품부 지원을 받는 농어촌공동체회사도 있다. 올해 처음 지정된 것으로, 전국 55개중 8개가 도내에 있다. 군산의 우리영농조합법인과 익산의 농업회사법인(유) 함해국, 김제의 벧엘노인복지센터와 수록골농촌체험휴양마을, 완주의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과 삼례학동마을공동체, 완주로컬푸드영농조합법인 건강한밥상, 진안군마을만들기지구협의회 등이 농식품부의 지원을 받는다. 이들 마을기업도 친환경쌀이나 구절초, 콩 등 특화자원 재배와 체험프로그램 운영·상품개발·가공·판매 등으로 지역의 자립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 마을기업은 모두 주민들의 힘으로, 지역의 향토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연계해내고 있다. 마을단위도 있고, 읍·면이나 시·군으로 확장된 형태도 있다. 농촌이 대부분이지만 도시에서도 마을기업을 공동체 재생사업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아이템도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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