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시인)
1990년대도 빨갛고 파란 점선 띠를 두른 항공우편 봉투에 타국의 목적지를 적어넣고 우표를 붙이던 시절이다.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그때 지구상의 반대편으로 전자우편을 보내 의견을 주고받으며 빠른 속도와 편리함에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비약적 발전이 이뤄져 필자도 진료 및 행정업무 등에 인터넷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정보유통망은 1960년대 말 미국이 대학과 연구소를 연결한 네트워크로부터 기원하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래 군사적 연구의 일환으로 탄생한 네트워크는 정보전달의 한 경로가 파괴되었을 때 우회로를 확보하여 중요한 정보의 전달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구축되었다. 이를 근간으로 네트워크가 민간영역으로 확대되고 또 민간에 의해 확장되어 오늘날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또다른 세상이 만들어졌다. 이제 인터넷 세계는 탁자 위의 컴퓨터로부터 이동하는 개인의 주머니나 핸드백 속 스마트폰으로 영토를 넓혀 말 그대로 유비쿼터스를 실현해 가고있다.
최근 중동사회의 변화에 기여한 네트워크의 힘에서 알 수 있듯 가상의 세계가 이제 현실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인간이 원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증명한 것이 불과 100여년 전임에 비춰 본다면 현대 정보전산기술의 발전은 참으로 눈부시다.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정보화의 시대에 들어선 인류사에 굳이 하나의 전환점을 정한다면 인터넷 시대와 그 이전의 시대로 나눠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지식을 공유하고 많은 사람들을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학술적 정보를 통해 전문가는 보다 전문화되고 일반 대중도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심화시켜 집단지성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집단지성이 항상 정확한 것이 아니며 때로는 사실이 왜곡되거나 아예 거짓인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하게 된다. 문제는 잘못 알려진 사실은 대중의 관심을 주로 받는 영역에서 이뤄져 빠르게 확산되고 확대 재생산되어 복구가 매우 힘들어진다는 점에 있다. 근래 일부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대중의 관심에 노출된 특정인들의 신상과 관련된 논란은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보장된 익명성이 사회 병리적 현상의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절제를 전제로 한 성숙한 익명성은 인터넷문화 발전에 동력이기도 하다. 탐험가처럼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정글에서 독초나 독거미 등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듯 잘못된 정보나 해로운 내용에 사로잡혀 중독되고 몸과 마음의 상처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세계에서 관계는 쉽게 이뤄지지만 신뢰나 신의가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 세상에서 스스로를 해치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
노벨상 후부로까지 거론되었던 인터넷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유용함의 이면에 폐혜 또한 적지않다. 인터넷의 가상세계는 유용한 지식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쓰레기 정보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그리고 사람 사이를 황폐화시키는 파괴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 실용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터넷 제국에 지배당하는 신민이 될 것인가, 공화국을 가꿔나가는 양식 있는 시민이 될 것인가의 선택은 모니터를 마주한 개개인의 의식에 달려있다. 오늘도 나는 사각의 화면 인터넷 문전에서 생각에 잠긴다. 이문은 소통의 문인가, 파괴의 문인가.
*김관식 원장은 종양학을 전공한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시인으로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테뉴어 교수를 역임했으며, 미국의 마르퀴즈 후즈후, 미국인명정보기관,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에서 발행하는 세계 3대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김관식(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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