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마다 철철이 꽃이 피어도/ 우리는 무궁화를 섬기는 겨레// 무궁화 이 나라에 다시 피는데/ 소리소리 오랑캐 몰려들 온다"
일제때 독립군이 부른 '무궁화'라는 노래중 일부다. 당시 독립군이 부른 노래 가사 중에는 거의 예외없이 무궁화가 들어갔다. 태극기와 더불어 무궁화는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제때 무궁화는 엄청난 수난을 당했다. 진딧물이 많이 끼는 지저분한 꽃이라 비하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에게 "무궁화를 보면 눈이 먼다"고 가르쳤다. 또 무궁화를 캐어 오는 학생들에게 상을 주기도 했고 그 자리에 사쿠라를 심도록 했다. 몇 백년씩 사는 장수식물임에도 일제 때 거의 뽑혀버려 큰 나무가 별로 없는 이유다.
무궁화(無窮花)는 한자로 근화(槿花) 목근(木槿) 순화(蕣花) 반리화(울타리꽃) 등으로 불렸다. 영어로는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다. 중국과 인도가 원산지로 세계적으로 250여 종, 국내에는 200여 종이 자란다.
우리나라 무궁화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산해경(山海經)이란 지리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원 전 8~3세기에 편찬된 이 책에는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君子之國 有薰花草朝生暮死)"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며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
무궁화는 법률적으로 공식 국화(國花)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그렇게 여겨져 왔다. 그리고 정부는 1963년 '태극문양을 무궁화 꽃잎에 감싸고 있는 형태'를 나라 문장으로 규정했다. 국가의 주요문서나 공무원 임명장, 훈장 등에 이를 사용하고 있다.
이어 1990년에는 다양한 무궁화 품종 중에 꽃잎 중앙에 붉은 꽃심이 있는 단심계(丹心系) 홑꽃 7종을 보급품종으로 지정했다. 이후 20년 동안 공한지, 도로변 가로수나 울타리목으로 전국 3525곳에 307만 그루를 심었다.
이어 산림청에서는 2008년 무궁화 메카도시로 강원도 홍천, 테마도시로 전북 완주와 충남 보령을 선정했다.
무궁화 특화도시인 완주군은 8-15일 고산휴양림에서 '내 마음에 지지않는 꽃 무궁화'를 주제로 다양한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를 열고 있다. 휴양림 일대 11만4000㎡에 무궁화 테마식물원을 조성한 것이다. 민족과 더불어 영광과 수난을 나눠온 무궁화가 선양되는 기회였으면 한다.
/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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