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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블라인드

같은 사건, 다른 진술…보이지 않는 진실 찾기

영화 블라인드에서 범죄의 현장을 목격한 시각장애인 수아 와는 다른 진술을 펼치는 또 다른 목격자 기섭의 모습. (desk@jjan.kr)

▲ 블라인드(스릴러/ 111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관람이 이렇게 힘들기는 '주홍글씨'이후로 처음이다. 내가 정말 이런 나라에 살고 있을까, 이렇게 불쾌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진짜 존재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도 한 동안, 꽤 오래 영화를 곱씹게 된다.

 

영화 '블라인드'는 그런 영화다. 스릴러를 표방했지만 그 이야기를 위해 조합한 다른 배경들은 양심과 사람 냄새가 진하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애인의 불편한 삶, 경찰이라는 위험한 직업, 오토바이 배달원을 무시하는 현실 등 안타깝게도 모두 사실인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찰학교를 다니던 수아(김하늘)는 춤을 추러 다니는 남동생을 잡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사고로 수아는 시력을 잃게 되고 동생은 죽게 되는데. 시간이 흘러 수아는 안내견 슬기와 보이지 않는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자신이 동생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어느 날, 동생이야기를 꺼내는 엄마와 크게 다툰 수아는 슬기도 없이 혼자 택시에 오르게 되고 사건은 시작된다. 시력을 잃으면 청력, 후각 등 나머지 감각이 발달한 수아는 감각적으로 택시 안을 탐색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택시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데. 하지만 또 다른 목격자 기섭(유승호)은 수아와 다른 증언을 한다. 사건의 그 차는 택시가 아니라는 것. 같은 사건, 다른 진술. 이들의 진실은 찾을 수 있을까?

 

'7급 공무원'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하늘의 진지한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표현하는데 있어 시선 처리와 감정 변화가 훌륭. 같이 호흡을 맞춤 유승호는 피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같은 사건을 목격하는 10대 역할로 등장한다. '집으로' '마음이'의 아역이었던 유승호를 생각하면 낯선 모습이지만 성인 연기자로 가는 중간 단계쯤으로 보면 잘 자라준 국민 남동생이 고맙기만 하다. 영화'집으로'에서 보였던 귀엽고 똘똘한 이미지는(배역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포기해야 할 듯. 주인공인 두 명 외에도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조형사 역의 조희봉은 이 심각한 이야기에 웃음을 불어 넣어 충분하지는 않지만 숨 돌릴 시간을 만든다. 사실 등장인물 중 가장 멋진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인도견 슬기 역의 달이. 달이는 '마음이'를 통해 이미 그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범죄 현장의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누군가에게 보호 받아야 한다는 약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비록 '블라인드'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미지를 살리고자 했지만 '운 좋게'살아 남는 수아는 이미 설득력을 잃은 것. 이 점이 '블라인드'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블라인드'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 스릴러물, 대중영화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내새워 공포를 극대화 시켰고 또, 그녀가 시각을 제외한 감각들로 느낀 상황을 CG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형식이 꽤 설득력 있다. 깊지는 않지만 낙태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비롯해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도 장점. 무겁지만 그리고 무섭지만 그냥 지나치기는 아까운 스릴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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