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소재 달콤살벌한 코미디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 인지 극장가는 조용하다. 신작이 눈에 띄게 줄어든 이번 주는 따분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는 것. 더욱이 꿈 같았던 여름 휴가도 다 지나가고 학교는 개학, 날씨마저 더워지는 우울한 9월이다. 이럴 때는 코미디 영화가 생기와 웃음을 주지 않을까. 미국산 화장실 유머와 야한 건지 지저분한 건지(?) 구분 되지 않는 러브신의 조합이 난감하기는 하지만 생각이 필요 없는 가벼움이 지금 우리의 상태와 딱 어울리는 듯하다.
▲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코미디/ 124분/ 청소년 관람불가)
여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말에 엄마와 함께 관람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인 것을 잠시 망각한 죄. 어른과 함께 보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보길 권한다. 남자친구와도 조금 민망할 수 있으니(왠지 정체를 드러내는 듯 한 기분도 든다) 자제하자.
주인공 애니(크리스튼 위그)는 특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여자다. 오히려 나쁜 쪽으로는 특별한 그녀. 불경기에 시작한 베이커리 사업은 망했고 룸메이트는 속 썩히고, 나쁜 남자에게만 빠지는 것이 애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친구인 릴리안(마야 루돌프)이 결혼을 선언하게 되고 프러포즈 반지를 들이 미는 사건이 발생한다. 겉으로는 한껏 축하해 줬지만 애니의 마음은 만신창이. 이런 상태에서 릴리안은 들러리 대표 자리까지 애니에게 넘기고 이제 애니는 최선을 다해 결혼 파티를 준비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취향도 코드도 맞지 않는 다른 들러리 헬렌, 메건, 리타, 베카를 다루기란 쉽지 않다. 시작부터 삐걱되는 결혼식 준비와 점점 꼬여가는 애니와 들러리들. 결혼식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여자들에게 공감갈 수 있는 이유는 친구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경쟁심 때문이다. 특히 친구의 무리가 커지면 누군가에게 내가 가장 가깝고 친한 친구이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 막상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 그들의 아이 같은 관계 설정과 유지 방식이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지만 현실의 우리 모습은 귀엽지만은 않다.
웃고 떠드는 사이 지나가는 영화지만 조금만 곱씹어보면 관계와 나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친구 혹은 애인에게 쏟는 만큼의 사랑을 나에게 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이다.
▲ 행오버2(코미디/ 102분/ 청소년 관람불가)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 여자들을 위한 영화 였다면 '행오버2'는 남자 친구들을 위한 영화라고 하겠다.
2년 전 라스베가스에서 신랑 실종 사건을 겪은 세 친구 필(브래들리 쿠퍼), 스튜(에드 헬름스), 앨런(잭 가리피아나키스). 그 때 사건 때문에 약혼녀와 파혼하고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난 스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으로 건너간다. 2년 전 사건을 다시 되돌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들은 '딱 한잔'만을 외치지만 아뿔싸. 일어나 보니 아침이요, 필름은 또 끊겨 있다. 머리가 다 밀려 있는 앨런과 얼굴 가득히 타투를 새긴 스튜. 여기에 조끼 입은 원숭이, 음란한(?) 버섯 그리고 신부 동생의 손가락 하나가 남겨져 있다. 정체불명이 물건들과 이들의 상태는 어젯밤 이들에게 일어난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데.
1편을 본 관객이라면 비슷한 전개에 안도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이다. 적어도 1편만큼은 재미있다는 뜻이지만 또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 사실 미국식 유머, 그 것도 화장실 유머라 불리는 종류의 이야기가 얼마나 어필할까 싶지만 그 지저분함을 조금만 삼키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행오버2'다.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대 놓고 성인용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인지 주저하지 않는 야한 농담과 상황이 문화적 차이로 다가오기는 한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과 '행오버2'를 보며 어떤 영화가 더 재밌었냐고 묻는다면 웃음의 농도로만 따지자면 '행오버2'라 답하겠다. 술 취해 머리 아파본 자, 필름이 끊겨본 자,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원하지 않는 통화 목록이 보이거나 진상부린 기억이 어렴풋 올라오는 경험을 가진 자라면 '행오버2'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재미로 승화된 아픔을 웃음으로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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