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달러 구하기 '안간힘', 엔화 대출자 '한숨'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 시중은행과 대출자들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은 단기 외화조달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달러를 더 구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엔화대출자들은 금융위기 못지않게 치솟은 엔화값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외화예금자들만 웃음 짓지만 그마저 없는 기러기 아빠들은 뛰는 달러값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1066.8원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이 이달 23일 1166.0원으로 한 달도 못 돼 9.3%나 뛰어오르자 시중은행들에는 '달러 비상'이 걸렸다.
현재 은행들은 외화채권 발행과 커미티드 라인(마이너스통장 성격의 단기 외화차입) 등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 신한, 하나, 국민은행 등 4대 은행이 확보한 커미티드 라인만 24억달러에 달한다. 이달 초까지 "외화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상황이 급박해졌다.
평소 단기 외화차입의 만기연장을 잘 해주던 유럽계 은행들이 "우리 사정이 더 급하다"며 하나둘씩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외화채권 발행금리는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가 0.2%포인트, 가산금리가 0.6~0.7%포인트 뛰어오르며 최근 2주일 새 무려 1%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지난 23일 시중은행 외환 담당자들을 불러 "금리에 연연하지 말고 최대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앞다퉈 외화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4억~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1억달러 이상의 달러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올해 안에 외화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은행보다 더 절박해진 사람들은 엔화대출자들이다.
23일 원ㆍ달러 환율 종가는 1166.0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0월의 최고가(종가 기준) 1467.0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원ㆍ엔 환율은 23일 15.29원으로 끝나 2008년 10월 최고가 15.44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무역업을 하는 이모(45)씨는 "2003년 연 2.6%에 10억원의 엔화대출을 받았다가 금융위기 때 금리가 10% 가까운 수준으로 뛰어올랐다"며 "원금은 둘째치고 이자 갚기도 힘들어 결국 집까지 넘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 고객 중 유일하게 웃는 사람들은 바로 외화예금자들이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대 은행의 외화예금 총액은 225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6조원에 달한다. 국민과 외환 두 은행의 외화예금 고객만도 100만명을 넘는다.
원ㆍ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9.3%나 올랐으므로 1억원 어치의 달러를 넣어놓은 사람이라면 1천만원 가까운 이익을 올린 셈이다.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6)씨는 "달러가 들어오면 필요자금 이외에는 환전하지 않고 외화예금에 넣어두었다"며 "올해 들어 원화 강세로 걱정이 많았는데 이달 들어서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