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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라보엠’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eme)’은 요즘처럼 스산한 계절에 맞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랑이 싹텄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극적으로 사랑이 끝난다는 배경 때문이다.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라보엠은 189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초연됐다.

 

4막으로 된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1830년대,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보헤미안 기질을 가진 예술가들의 방랑과 우정,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가운데 백미는 가난한 시인 로돌프와 수 놓은 처녀 미미의 사랑이다. 이웃에 사는 이들은 촛불을 붙이려 왔다 사랑이 싹트지만 지독한 가난과 질투 때문에 헤어진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만났으나 폐결핵이 깊어진 여주인공 미미는 끝내 숨지고 만다.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라는 아리아가 불려진다. ‘그대의 찬 손’은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세계 최정상의 테너들이 불러 더욱 유명세를 탔다.

 

가난한 시인 로돌프의 방에서 미미는 촛불을 붙여 나가다 그만 열쇠를 잃어버린다. 다시 들어 와 열쇠를 찾으려다 불까지 꺼져 버린다. 로돌프는 이미 열쇠를 찾았지만 못찾은 척 하고 같이 열쇠를 찾기 위해 더듬거리다 잡게 된 미미의 찬 손…. 어둠 속에서 그 찬 손을 잡으며 “처음 만났지만 그대를 따뜻하게 해 주고 싶어요”라고 고백한다. 당신으로 인해 사랑의 희망이 생겼다는 조심스럽고 가슴 설레는 아리아다. 이에 ‘내 이름 미미’는 “흰 눈을 녹이는 봄의 첫 햇살을 제일 만저 받는다”며 수줍은 듯 화답한다.

 

이 라보엠이 호남오페라단 창단 25주년 기념으로 지난 18~20일 한국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 올려졌다. 특별히 이번 무대에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라스칼라 주연가수 2명이 동참해, 성가를 높였다. 주인공 로돌프와 미미 역이다. 거구의 이들 주역은 풍부한 성량으로 무대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2000여 석을 꽉 채운 무대는 전주지역 공연예술단체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오페라단원은 물론 전주시립합창단과 전북연극협회, CBS소년소녀합창단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판소리 등 국악의 탯자리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민간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출발한 클나무필하모닉 등과 함께 왕성한 활동으로 전북의 음악판이 질적·양적으로 풍성해졌으면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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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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