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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지혜로워야 세상 행복해진다

▲ 김현란 여성교육연구소 대표

얼마 전 우등생인 고3 수험생이 '전국 1등이 되라'고 강요하는 어머니의 성화를 견디다 못해 자신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8개월 간 시신을 집에 방치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2009년에는 전교 학생회장으로 그 누구보다 명석하였던 초등학교 6학년생이 학교시험에서 몇 문제를 틀리자 만점을 받지 못했다고 꾸중하는 어머니로 인해 인생을 비관하여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였던 사건도 있었다. 간혹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나날이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문명의 외연적 화려함과는 반대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암울하고 불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잘못된 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에게 일차적으로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 학생들의 어머니들이 가졌던 거의 병적인 가치관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들을 초래하였던 더 큰 원인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국 1등을 하고 전 과목에서 만점을 받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자녀들에게 좋은 학업성적을 강요하는 부모들일수록 대개 자신들의 학창시절 성적은 더 형편없었을 것이다. 평생 공부를 열심히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전국 1등이 되라거나 만점을 받기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에게 아직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된 학벌주의는 결국 많은 어머니들을 극심한 강박증 환자들로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30~40대의 연령층에 있는 일부 여성들은 자신의 학벌 콤플렉스나 남편에게 느끼는 배신감을 자녀들의 성공을 통한 대리만족으로 해소하기 위해 자녀들의 학업성적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의 성패가 오직 자녀가 1등을 하고 명문대학을 가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여성들은 인생의 성공과 행복은 남편이나 자식이 아닌 자기 자신의 성취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마저도 잊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남편과 이웃집 남편의 연봉을 비교하며 자기 남편을 무능하다고 힐난하거나, 품행이 반듯하고 명랑한 자녀들을 학교성적이 다소 좋지 않다고 하여 구박하는 여성은 현모양처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은 평소에 제대로 된 책 한 권을 읽지 않으면서 도대체 누구를 무시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또 이런 여성들일수록 대개 명품 가방, 고급 아파트, 외제차가 인생의 성공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천박한 가치관을 갖기 십상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치가, 공무원, 학자, 예술가 등이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해도 명문대와 명품만이 인생의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도저히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없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지혜를 가졌을 때 세상은 밝아지고 행복해진다.

 

여성들이여! 정말 행복한 인생을 꿈꾼다면 이제라도 남편과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현명한 여성이 되자. 학창시절 못 다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학교든 마을 도서관에 가서든 책을 읽자. 그러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어느 순간 가슴 뿌듯한 행복감이 밀려올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내적인 지성과 교양이 인생에 대한 자신감과 행복을 얻는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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