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강 전라북도 소방안전본부장
"우리나라에 일찍이 이렇게 심한 화재가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 권31)에 나오는 세종대왕의 탄식이다. 1426년 세종8년 조선의 도성인 한양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도성 안 가옥 6분의 1에 해당하는 2400여 호가 불에 타는 엄청난 사건이 일자 세종은 조선 최초의 소방관청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을 설치했다.
이후 소방조직은 역사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겪으면서 시련과 진통 속에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여 1992년 4월 현재의 광역소방체제로 정착했다.
당시만 해도 소방공무원은 3D 직종 중에서도 가장 꺼리는 직업이라고 여겨졌으나 이제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소방공무원을 채용할 때 집계되는 엄청난 경쟁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젊은이들도 선망하는 직업이 되었다.
몇년 전 시사저널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우리나라 대표직업 33개 중 가장 신뢰받는 직업 1위(92.9%)로 소방공무원이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국민들의 의식변화는 그동안 소방공무원들이 수없이 많은 재난현장에서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묵묵히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라 생각한다.
소방업무의 변화도 과거 1980년 중반 이전까지는 화재의 예방과 진압이 주된 업무였으나, 이제는 구조·구급업무 뿐만 아니라 생활안전 등 일상생활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러한 소방의 영역확대와 함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따른 보다 수준 높은 소방서비스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래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소방의 역할도 소극적이고 현실 안주적인 자세를 과감히 버리고 도민에게 무한한 생명가치를 창출하는 봉사조직으로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민 보호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라북도 소방안전본부에서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현장맞춤형 119안전복지서비스'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한 사업이다. 시골마을, 사회복지시설 등을 순회하며 '안전+복지+문화'를 결합한 융·복합 119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초소방시설을 보급하고 전기·가스·보일러 등의 소방 안전점검을 비롯해 건강진료, 이·미용봉사, 주거환경개선, 음악공연, 수지침봉사, 발마사지 등을 실시한다.
이곳에서 만난 80대의 노인께서 발마사지를 받으시면서 무심코 내뱉은 "아따~ 살 것 같다. 소방관이 자식보다 낫네!"라는 말씀은 단순히 칭찬으로만 듣고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점차 고령화되고, 혼자 사는 가구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가족이나 지역의 공동체 의식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효(孝)를 실천할 무엇인가가 도민에게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효(孝)는 도민과 최일선에서 접하고 있는 소방이 앞서 개척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공조직 중에서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소방의 미래비전이 아닐까? 앞으로도 전북소방은 이러한 소방의 역할을 주저하지 않고 묵묵히 실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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