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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 탄신 300주년

"하나의 근본에서 만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은 산이요, 만 가지 다른 것이 모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은 물이다. …중략, (산은) 백두산으로 부터 12산으로 나누어지며, 12산은 나뉘어 8로(路)가 된다."

 

조선 후기의 뛰어난 실학자 여암(旅菴) 신경준(1712-1781)이 편찬한 '산수고(山水考)'의 첫 대목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국토의 뼈대와 핏줄을 이루고 있는 산과 강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지리서로 꼽힌다. 흔히 백두대간 등의 명칭으로 조선의 산줄기를 정리해 널리 알려진 '산경표'의 모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신경준은 순창군 순창읍 가남리 출신으로 지리는 물론 어문학 등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 대학자다.

 

그의 집안이 순창에 정착하게 된 것은 조선 건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친은 공조참판을 지낸 신장으로 슬하에 5형제를 두었다. 세조때 영의정을 지낸 신숙주가 셋째요, 다섯째가 말주(末舟)다. 당시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정권을 잡자 말주는 벼슬을 버리고 부인의 고향인 순창으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귀래정을 짓고 시문을 벗삼아 지냈다.

 

그의 부인 순창 설씨(薛氏)는 자질이 총명하고 문장력이 뛰어난 여인이었다. 그녀는 순창 강천산에 사찰을 짓는데 직접 권선문(勸善文)을 쓰고 아름다운 경치 속에 세워질 절의 그림까지 그려 서화첩을 만들었다. 이 서화첩을 돌려 시주를 권한 것이다. 보물 728호로 지정된 서화첩은 양쪽 표면과 내용이 16폭으로 되어 있다.

 

신경준은 말주의 10대 직계 후손으로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승지 북청부사 순천부사 제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그의 역량은 다방면에 걸친 저작물에서 빛을 발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가장 깊이 문자론을 전개한 '운해훈민정음'(세칭 훈민정음운해)을 비롯해 '문헌비고'의 '여지고(輿地考)'를 썼고 '동국여지도'를 감수했다. 또한 일본증운(日本證韻) 거제책(車制策) 병선책(兵船策) 등 숱한 저작을 남겼다.

 

그는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보다 50년 먼저 태어나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 동안 저평가된 감이 없지 않다.

 

마침 전북대와 순창군이 10월 5일 신경준 탄생 3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사학 문학 어학 과학 지리학 등 5개 분야로 나눠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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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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