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가족드라마의 아이콘… 30년간 시청자들에 감동 선사
 
    
80년대 중반, 파죽지세로 인기를 구가했던 '호랑이 선생님'이나 '고교생일기'가 청소년드라마의 길을 열었다면,'당신 때문에''옛날의 금잔디'나'당신이 그리워 질 때''은실이' 같은 드라마는 인간의 따뜻함과 휴머니즘을 그린 가족드라마의 모범이다.'불륜'을 다룬 '푸른 안개'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키도 했지만 그는 선정적이거나 감각적인 내용의 드라마를 경계해왔다.
그런데도 그의 드라마들은 인기가 있었다. 재미와 감각위주의 트렌디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는 환경에서 이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그의 드라마가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이금림은 1948년생이다. 남원이 고향. 5남매 중 막내다. 아버지는 평생을 별 직업 없이 한량으로 사셨다. 시조 명인이자 아마추어 연식 정구 선수로 밖으로만 나다니는 아버지 대신해 농삿 일은 어머니에게 안겨졌다. 공부 잘했던 막내딸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어머니 덕분에 그는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었다. 공부를 꽤 잘했던 그는 어렵다던 전주사범 병설중학교 입시에 합격해 전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첫 학과 시험을 보고 좌절했다.
이후 공부보다 도서관에서 책 읽는 일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시절,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만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금림은 전주여고로, 최명희는 기전여고로 진학하면서 헤어졌지만 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 함께 책 읽고 전주천변을 거닐며 문학에의 꿈을 키웠다. 한명은 드라마 작가가, 한명은 소설가가 되었다. 최명희가 1998년 작고하기 전까지 37년동안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고 희망이었다.
아버지의 불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고려대 국문과에 진학한 그는 졸업후 10년동안 인천과 서울에서 국어교사를 했다. 그런데 문득 단조로운 일상에 숨이 막혔다. 사표를 냈다. 지인 소개로 79년 '별이 흐르는 밤에' 대본을 쓰게 되었는데 그의 필력을 눈여겨 본 프로듀서가 드라마 작가를 권했다. KBS단막극 '소라나팔'이 데뷔작이다. 80년대부터 그가 내놓은 수많은 작품은 한국 드라마의 역사가 됐다. 한국방송작가상과 한국방송대상 작가상, 한국프로듀서상 특별상, 백상예술대상 텔레비전 드라마 극본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한 그에게 고향 전북에서는 '자랑스런 전북인상'(1996)을 안겼다.
2009년, 사경을 헤맬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방영중인 드라마를 중단하고 칩거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외부 활동과 집필을 시작, TV소설 '복희누나'로 시청자들을 다시 만났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정원(경희대 교수)이 둘째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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