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악 가르치던 교방·음악기관 장악청 표시
그 시대가 가장 날카롭게 주목했던 문제들이 녹아있는 유물로 한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게 바로 지도다. 지도가 동시대의 모습을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상세하게 분석한다는 점에서 역사 복원의 1차적 사료가 된다.
국립전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완산십곡병풍도는 전주와 관련된 가장 상세한 지도로 19세기 제작되었다. 19세기 전주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최상의 지도이기도 한 이 유물은 10폭 병풍으로서 전주의 내력과 관련 관아행정기구 및 관할내용을 별도로 열거해 전주 전체를 설명하는 장대한 구성이 일단 압권이다.
또한 남북 방향을 좌우측으로 전개하고 좌측이 북쪽 방향으로 구성된 완산십곡병풍도는 각 건물 및 부분에 대한 설명과 내력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라감영과 전주부영의 각 건물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음으로써 전라감영과 부영을 복원하는데 절대적 자료이기도 한 이 지도에는 조선 후기 전주부영에서 전개되었던 국악문화도 지도에 반영했다.
선화당을 비롯해 각 부속건물은 지금은 자취를 감췄던 당대 역사와 건물을 부활시켜주듯 생생하기만 하다. 특히 이 지도에는 내아 앞뒤로 각각 판관의 휴식처인 의의정이 있다. 또한 내아 뒤에는 사당도 있었으며, 득월당 앞에는 교방이 있어 관청을 드나드는 기생들에게 가무악을 가르쳤고, 그 서편에는 대표적 음악기관이었던 장악청도 표현돼 있다.
완산십곡병풍도에 그려진 교방은 고려시대 이후 기녀들을 중심으로 한 가무를 관장했던 공간으로 주로 속악과 당악을 맡았던 교육기관이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관습도감에서 교방 여기들을 관장했으며, 1897년의 관제개혁 때에는 장악원을 한 때 교방사로 부르기도 하였다.
또한 완산십곡병풍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장악청이란 명칭이다. 서울, 즉 중앙에는 장악원이라는 제도가 고정화 되어 전통문화를 전수하였다. 그러나 장악청이란 명칭은 조선무속연구에 따르면 음률을 전습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 고지도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장악청이 악공과 기생들을 관장하는 곳이 분명한 관계로 전주에는 가무악을 장려하는 특별 기관을 설립해 전통문화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장악원이 조선시대 궁중에서 연주되는 음악 및 무용에 관한 모든 일을 맡아보던 관청이었다면, 장악청은 전라도의 문화심장부였던 전라감영과 전주부영에서 전통음악이 보존되고 전수하였던 곳이다. 그런 만큼 예향 전북과 국악의 고장 전북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교방과 장악청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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