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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 감독규정 개정하라

김상설 감정평가사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중 제78조의2(담보물 평가) 제1항은 "은행은 여신거래와 관련하여 차주 또는 제3자가 제공한 담보물을 최초로 평가하는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1.객관적인 시세자료가 있는 경우 2.예상감정가액이 20억원 이하인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3항은 "객관적인 시세자료는 표준지공시지가, 개별공시지가, 표준단독주택가격, 개별단독주택가격, 국토해양부 공동주택가격,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국민은행 부동산시세, 한국감정원의 건물신축단가표 등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용경제를 총괄 지휘하는 금융위원회에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입법을 하다니 참으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법의 원칙조항을 예외조항이 완전히 몰각하고 있다. 전국의 부동산 가운데 20억원 이하가 98.9%를 차지(2006년 기준)하고 있으며, 담보평가가운데 20억원 이하가 90%를 차지한다(한국감정평가협회 자료). 전국의 모든 토지 및 주택의 가격이 매년 공시되고 있어서 도대체 자체평가가 불가능한 부동산이 존재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둘째, 입법취지에 위배된다. 금융위원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은행 자체평가의 객관성 결여, 소비자 피해우려 등 은행의 자체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는데, 개정안은 오히려 은행의 자체평가를 거의 모든 경우에 허용하도록 하였으니 입법취지가 이렇게도 몰각된 법안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셋째, 세계 금융위기 등 세계경제의 흐름에 역행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의 원인중 하나가 대출기관의 감정평가사에 대한 압력행사로 과다한 대출이 시행된 것이라는 분석하에 그 대책의 일환으로 감정평가사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대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리하여 미 연방주택관리청과 미 연방주택은행에서는 대출기관의 감정평가사에 대한 압력 행사 금지, 대출기관이 직접 작성한 감정평가서에 의한 대출 금지 등의 감정평가사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선진국의 정책과는 정반대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셈이다.

 

넷째, 우리나라의 금융정책 추진방향인 금융선진화 추세에 역행한다.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최근에 발표한 우리나라의 금융정책 추진방향을 보면 투명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공정하고 예측가능한 금융시장 등이라고 강조하였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담보물을 평가하는 것이 어떻게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대출기관의 입맛대로 고무줄평가를 할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투명성과 공정성, 예측가능성, 소비자를 보호할 수가 있겠는가!

 

금융위원회는 작금의 저축은행의 부실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은행의 경영진들의 불법과 비리에 의한 무분별한 대출이 은행을 파산에 이르게 하였고, 죄없는 국민들만 피눈물을 흘리게 된 사태를 보고도 금융위원회는 깨닫는 것이 없다는 말인가?

 

금융위원회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우리나라의 금융선진화 추세에도 역행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악용될 소지가 많은 은행의 자체평가 전면허용제도를 철회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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