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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애증의 존재, 나를 넘어서는 연주자 될터"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대 합격한 고창 출신 하혜수 양 / 서울 예고 낙방 뒤 일반고 진학 좌절감에 재학 중 유학길 올라 / 실기시험 폭넓은 레퍼토리 요구…한국인 합격생 유일 자부심

고창 출신 피아니스트 지망생 하혜수(18)양이 자랑스러운 '성인식'을 치렀다. 서울의 예술고에 낙방한 뒤 고창여고 재학 중 유학길에 올라 명문대인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대 피아노 연주자 과정에 당당히 입학했다.

 

전화 통화는 어려웠다. 한국과 오스트리아와 시차도 컸거니와 빡빡한 학교 일정으로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합격 소식을 받기 전까진 거의 무명의 연주자에 가까웠던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오스트리아 '조기 유학길'에 오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들 유학을 걱정했어요. 만 17세가 되면 대학시험을 보게 할 만큼 어린 연주자들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떤 것도 장담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고, 외로움 속에서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어요. 결과가 좋아 정말 다행이죠."

 

예고 낙방으로 일반고 진학을 결정할 때 겪은 좌절감은 지금의 단단한 하혜수 를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1년 전 오스트리아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빈 스타일에 맞는 연주·청음·이론 공부는 물론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독일어 공부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주말에 성당에서 울음을 참으며 열심히 기도했던 게 생각나네요. '나'를 깊게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실기시험은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요구해 까다로웠다. 서울대 졸업생 등 쟁쟁한 연주자(120명)가 몰린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버틴 합격생(6명)으론 그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플루트를 전공한 어머니 덕분에 6살부터 피아노를 자연스레 접한 그는 베토벤의 제자 리스, 바흐 등 고전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레퍼토리 확장에도 열심이다.

 

"고전이 왜 가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욕심에 새로운 곡을 연습할 때마다 겪는 스트레스로 "음악이 애증의 존재가 돼 버렸다. 그러나 악보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나를 넘어서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면서 홀로 서기를 위해 스스로와의 혹독한 싸움을 이겨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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