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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의궤의 속 그림 기록, 도설과 반차도 - 조선 왕실의 행사 진행 한눈에

▲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1759년(영조 35)중 친영반차도. 영조와 계비(繼妃)인 정순왕후의 혼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이다. 이 의궤의 수록된 반차도는 모두 50면으로 모두 연결하면 15m가 훨씬 넘는 길이이다. 이 반차도에는 총 379필의 말과 1299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당시 왕실 행차의 성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이라고 불리는 조선 왕실의 의궤는 그 내용이 문자로만 기록 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궤에는 문자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사항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도설(圖說)과 반차도(班次圖)다.

 

도설은 행사에 사용되는 각종 상징물과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 제기, 악기, 가구 등의 기물, 행사 때 착용하는 특별한 복식 등을 그린 것이다. 도설은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있으나 기물의 명칭, 그림과 함께 기물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분량·크기·장식 방법 등 설명을 같이 기록한 경우도 나타난다. 이러한 그림은 기물의 모습을 더 자세히 묘사하기 위하여 채색을 한 경우도 있었다.

 

반차도는 왕실 행사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반차(班次)'라는 말은 나누어진 소임에 따라 차례로 도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궤 속의 반차도는 보통 이동하는 행렬도 형식으로 행렬의 중심이 되는 장면을 표현한다.

 

의궤 속의 반차도는 행사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주제로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왕실 혼례를 기록한 '가례도감의궤'(嘉禮都監儀軌)에는 국왕이 왕비를 궁으로 모셔오는 모습을 그린 '친영반차도'(親迎班次圖)가, 국가의 장례가 기록된 '국장도감의궤'(國葬都監儀軌)에는 왕의 시신을 왕릉까지 모시고 가는 행렬인 '발인반차도'(發靷班次圖)가 수록되었다. 이 외에도 책봉의식이나 왕실 어른의 덕을 기리며 존호를 올리는 의식에 사용되는 인장(印章) 교명(敎命·왕비, 왕세자, 왕세자빈 등을 책봉할 때 국왕이 내리는 문서) 등을 궁으로 모시고 오는 반차도도 있다.

 

반차도는 손으로 직접 그린 것도 있으나 반복되는 인물이나 기물과 같은 경우 목판으로 외곽선을 찍고 색을 덧칠하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색을 더하지 않고 그대로 목판으로 찍어 놓은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그림을 그리지 않고 행차의 각 자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직위와 성명을 적어 놓은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는 반차식(班次式)이라는 명칭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반차도는 행사의 실제 진행 모습을 그림에 담은 것이 아니었다. 행사 전에 참여 인원과 물품을 그림으로 배치하여 왕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검토 받고 몇 차례 예행연습을 하여 실제 행사 때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하였다. 즉,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직책, 의장물의 수와 모습, 배치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도상연습용 자료였다. 행사의 결과를 수록하는 의궤에서 반차도만큼은 앞으로 진행할 행사를 위해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와 같이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기록이 없어서 조선시대 행사 모습을 정확하게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의궤에 남겨진 반차도를 통해 조선시대 왕실 행사가 얼마나 엄숙하고 성대하게 이루어졌는지 느껴볼 수가 있다. 황지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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