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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이끌어온 전북에 10구단을

▲ 김 봉 연

 

극동대학교 교수

지난 11일 KBO가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극적으로 승인했다. 이틀 후인 13일에는 전라북도와 부영그룹이 10구단 창단을 선포했다.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단선포식은 부영그룹의 의지와 전북유치의 당위성을 알리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전북도내 초·중·고교 야구부 선수들과 야구스타, 야구계 원로까지 한 자리에 모임으로써 전라북도가 왜 야구의 본고장인지 확실하게 증명했다. 거대 통신기업 KT가 수원을 연고지로 10구단 창단에 뛰어들 때만 해도 전북은 희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KBO의 창단 승인 후 기업을 공개하고 협약식을 갖겠다"던 전라북도의 공언은 사실로 확인됐고, 수원과는 차별화된 퍼포먼스 형식의 창단선포식을 가짐으로써 후발 주자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덕분에 재계 서열 30위의 부영그룹은 급격히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고 전라북도 또한 야구의 본고장으로서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다.

 

전북과 부영이 10구단 유치에 뛰어들기 전만 해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10구단=수원 KT'라는 등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수도권 야구가 아니라 전국야구를 해야 야구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전북의 논리가 강력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필자 또한 이 주장에 십분 공감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프로야구는 특히 관중들의 열기가 중요하다. 그런데 관중열기가 인구수나 경제규모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올해 우승한 신시내티와 열 한 번을 우승한 세인트루이스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이들 도시는 인구 30만 가량의 조그만 시골도시지만 연간 관람객이 30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천만 대도시 관중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전북은 야구 불모지였던 호남에 불을 지펴서 전국야구시대를 열었다. 특히 군산상고는 20년간 16번의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고교야구의 신화를 쓴 곳이다. 대한민국 고교야구는 전북에서 시작됐고, 전북 고교야구 출신 선수들이 대한민국 프로야구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인들의 유전자 속에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새겨져 있다. 1972년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기적 같은 9회말 역전승을 거둔 군산상고 선수들이 카퍼레이드를 했을 때 12만 군산 시민 중 7만 명이 도로에 나와 환영했다는 경이적인 기록도 있다.

 

이런 고장에 프로 구단이 없다는 것은 야구의 진전이 아니라 퇴보이다. 대한민국에 10구단이 생긴다면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전라북도가 돼야 한다. 수원은 경제규모와 인구수를 근거로 흥행 보증수표를 쥔 것처럼 말하지만, 수원이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역사와 토양이다.

 

지역구단에 대한 끈끈한 사랑과 열정은 인구수가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토양, 그리고 간절한 추억이 있어야 가능하다. 야구의 토양으로 따지자면 전북만큼 기름진 곳이 없고 수원만큼 척박한 곳이 없다. 이것만 보아도 10구단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전북에 10구단이 생겨야 한다는 것은 그저 낙후되고 가난한 지역에 프로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적인 지역안배 논리가 아니다. 마땅한 토양을 지녔고 그럴 만한 자격을 지녔고, 또한 그것이 흥행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야구발전을 견인하는 길이기에 반드시 전북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은 대한민국 야구의 리더였고, 앞으로도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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