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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타계 김광수 미래엔그룹 명예회장, 거목다운 고향사랑 통큰 기부로 실천

목정문화상 제정 예술인 후원 장학생 1만명…전북대에 20억 출판계 대부…국회의원 5선

 

지난 24일 서울 삼성의료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목정(牧汀) 김광수 미래엔(Mirae N) 명예회장(90)은 생전에"기업의 사회 환원은 일종의 의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이를 온몸으로 실천했다. (관련기사 18면) 고인은 5선 국회의원이자 옛 대한교과서를 세워 지금의 미래엔으로 일으킨 출판계 기업 CEO이며, 목정문화재단을 만들어 척박한 지역 문화의 텃밭을 기름지게 했다.

 

목정문화상 시상식과 같은 굵직한 문화 행사장에 지팡이를 짚고 등장해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던 그는 건강이 악화된 최근엔 좀처럼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문화계에 뿌려둔 씨앗 덕분에 행사장에선 늘 그의 이름이 회자되곤 했다. 1993년부터 열악한 지역 문화계에서 전북 출신의 원로 예술인들을 예우해준 목정문화상이 없었더라면, 예향(藝鄕) 전북의 자부심은 번지르르한 말에 그쳤을 수도 있었다.

 

그의 부재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 이어져온 사회 공헌 덕분이다. 평소 "나는 전라북도 사람이다. 내 집안이 잘돼야 남의 집안도 잘 되는 법"이라고 말해온 고인은 남다른 고향 사랑을 통 큰 기부로 실천해왔다.

 

1925년 무주군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일찍 서울로 올라가 친척 아저씨인 우석(愚石) 김기오 선생을 아버지로 삼았다. 조선신탁은행 은행원 생활을 하다가 1948년 우석 선생이 세운 대한교과서 창립 사원으로 들어간 뒤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1955년 대위로 예편해 출판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해 우리 문학사에 금자탑을 이룬 '현대문학'이 창간됐다. 당시 한방에서 뒹굴던 소설가 오영수씨로부터 고인은 물가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의 의미를 담은 '목정'(牧汀)이란 호를 받았다.

 

1961년 대한교과서 사장에 취임하고 어문각 설립해 한국번역도서주식회사 ·삼광고등학교 인수, 새소년사·새한제지 설립, 월간 '詩文學' 창간 등을 주도한 고인은 우리나라 출판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대부였다.

 

1973년 고향인 무주 청년들의 성원에 힘입어 무주·진안·장수 지역구에서 제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고인은 10대엔 민주공화당으로, 12대엔 국민당으로 당선됐다. 14대(민자당)와 15대(자민련)까지 포함해 5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한국국민당 부총재, 자민련 부총재 등도 역임했으나 "기업인일 때 만큼의 왕성한 추진력과 기획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활동 대신 세상의 후미진 곳을 향한 조용한 기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1973년 자신의 아호를 딴 목정장학회를 설립해 교대와 사범대에 장학금을 전달해 1만여 명의 장학생을 배출했으며, 전북대 발전기금으로 20억을 쾌척하는 등 고인의 고향 사랑은 끝이 없었다.

 

이후 고인은 에너지분야에 관심을 돌려 1982년 전북도시가스를 설립해 전주·김제·완주 등은 물론 2003년 서해도시가스(한보도시가스)를 인수해 충남 서북부 지역에까지 도시가스를 공급하게 됐다. 2011년 8월엔 미래엔인천에너지를 설립했다.

 

빈소는 서울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시안이다. 유족으로는 아내 진세영 여사와 맏상주 영진((주)미래엔 대표이사)씨와 홍식(전북도시가스 대표이사)·창식(서해도시가스 대표이사)·승주(미래엔인천에너지 회장)씨가 있다. 유족들은 "조화와 부의금은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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