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시작과 함께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다. 3·1절과 주말이 함께 낀 연휴도 있고 이번 주 영화 한편은 필수가 아닐까. 특히, 우리나라 박찬욱 감독이 외국 배우들과 작업한 '스토커'가 많은 기대를 뒤로하고 드디어 개봉하는데다가 장르와 연령대를 다르게 한 다양한 작품들도 등장했다.
◆ 스토커 (스릴러/ 99분/ 청소년 관람불가)
'디아더스'(2001)에 나왔던 니콜 키드먼의 창백한 피부가 기억난다. 사람과 귀신의 미묘한 사이에서 그녀의 연기는 피부색만큼이나 인상 깊었다. 그런 그녀가 우리나라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 찾아온다. 그런 그녀조차 조연으로 등장하는 '엄청난' 작품으로 말이다.
'스토커'는 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성년을 맞이한 인디아 스토커(미아 바시코프스카)의 이야기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던 날, 해외를 유랑하던 삼촌(매튜 구드)이 집으로 돌아오고 유약하고 아이 같은 엄마(니콜 키드먼)는 삼촌에 매료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어른스럽고 예민한 감각을 지닌 인디아는 그의 정체를 의심하는데. 그렇게 위태로운 가족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던 인디아에게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혹자는 히치콕 감독의 '의혹의 그림자'(1943)와 매우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기본적인 스토리 때문인데 일단 영화를 본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문제는 영화에 대한 평을 내기리가 애매하다는 것. 어디를 건드려도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스토커'이기 때문이다.
다만, 잔인한 묘사 없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영화 초반부터 쌓아가는 영화의 구조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물론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에 초반에는 좀 헤매지만 결론 부분에 도달해 완성되는 퍼즐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난해한 시작만 참아낸다면 멋진 영상과 함께 마주할 수도 있다.
◆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모험, 드라마, 판타지/ 114분/ 12세 관람가)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1700년대부터 전해 내려왔다는 동명의 이야기, 한국에는 '잭과 콩나무'로 알려진 영국 동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출처조차 다양한 이 옛날이야기와 영화가 같이 하는 맥락은 사악한 거인을 벤 소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마법의 콩나무를 심은 잭(니콜라스 홀트)은 우연치 않게 오랫동안 닫혀 있던 인간과 거인 세계를 잇는 통로를 연다. 이 사건으로 잭이 흠모하던 이사벨 공주(엘리너 톰린슨)가 거인족에 납치되고, 상심한 왕(이안 맥셰인)의 명령을 받은 잭은 왕의 호위무사 엘몬트(이완 맥그리거)와 함께 거인족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가족영화면서도 괴물의 등장 때문인지 판타지 팬들을 끌어들인다. 3D 영상은 그 매력을 더 배가 시켜주기까지 한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훌륭한 배우들의 조합. 특히 주인공인 니콜라스 홀트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평범한 인간이 되기 위해 혈청을 주사했다가 괴물로 변하는 과학자를 연기했던 인물이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의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의 프로듀서 였고 같은 배우를 쓴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에 제법 무거운 사회적 코드가 더해져 어느 누가 봐도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이다.
권선징악이나 아름다운 엔딩, 그리고 적절한 교훈이 담겨 있는 동화의 특징을 생각한다면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그 것과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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