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역사박물관 유물기증자 전주해성고 조봉신 교사
△해강죽보'는 1918년 해강 김규진 선생이 펴낸 것으로 대나무 그림을 그리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 것이고요. 추사서첩은 1922년 경성 덕흥서림에서 발행한 '조선명필 추사서첩'으로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모아 만든 것입니다. 이왕가기념사진첩은 1919년 일본 동경반도신문사에서 발행한 조선 이왕가 기념사진첩입니다. 한마디로, 이왕가의 약력 기록 및 사진을 수록해 놓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언젠가 언론에서 영친왕과 고종 황제의 가족에 대해서 다룬 것을 보고 제가 가지고 있는 유물을 갖다 드리면 그 분들께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니다.
-유물을 소장하게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언제부터, 누구에게 또 지금까지 어떻게 보관하셨는지.
△조부님께서는 그림과 글씨에 조예가 깊고 관심이 많으셔서 스스로도 문인화에 출중하셨습니다. 직접 작품 활동을 하시다 보니 당대 명망 있는 가문이나 사람들과 서로의 작품을 교환도 하시고 선물로도 받아 이러한 유물을 하나 둘 보관하시게 된 것 같습니다. 집안에서 내려온 물건들은 자연스레 선친을 이어 제가 보관하게 되었고요.
-기증하신 유물 중에서도 애착이 가는 소장품이 있을 텐데요.
△증조부님께서는 고종께서 승하하시던 날 몹시 노하셔서 하얀 도포(상복)를 입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으신 적이 있으셨습니다. 고종황제 가족에 관심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왕가기념사진첩을 소장하게 됐는데, 이 사진첩을 보면 증조부님, 조부님, 선친이 생각나 다른 유물보다 더 애착이 갑니다.
-집안에 내려오는 소중한 유물인데 어떻게 기증을 결정하게 되셨나요?
△장손은 아니지만 장남이고 5대 째 집안에서 마지막으로 이사할 때 선친께서 소장하여 자연히 저에게 물려 주셨는데 제가 소장하는 것 보다는 역사를 잘 아시고 관리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면 자료가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 기증을 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족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어 별 어려움 없이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기증에 참여하시면서 느낀 소회 한 말씀.
△기증한지 일년 정도 지나면서 저도 잊어 가는 중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알아주는 분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잘 관리해줘야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선친께서 생전에 기증 방법을 아시고 기증을 하셨다면 저보다는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설명해 주셨을 거란 생각에 아쉽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같이 관람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점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