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등 9마리 입양, 마당 있는 주택으로 이사도
'사람도 먹고살기 팍팍한 이 시절에 개, 고양이가 대수인가'라고 생각한다면, 20세기 가장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 간디의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에 한번 쯤 귀기울여 보시길 권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일 수밖에 없는 동물이 학대받고 불행한 나라라면, 인간이라고 결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9마리 반려동물 위해 마당 있는 주택으로 이사
한 지붕 아래 14가족이 동거동락하고 있다는 집을 수소문해 찾았다. 거리를 떠돌던 유기견들, 보호소에서 공고시한이 지나 안락사 1순위였던 유기묘 등을 입양해 9마리 반려동물과 부모님,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동물권 활동가이자 연매출 8억원에 직원 43명을 둔 어엿한 CEO 박정희씨(45·올래티켓, (주)PNY 커뮤니케이션 대표)다. 먼저 이런 대가족을 구성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궁금했다.
"2008년도에 첫째 '루나'를 데려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대가족을 이루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말문을 연 그 옆으로 양몰이견 보더콜리종인 첫째 '루나'와 천방지축 콜리 믹스견 둘째 '써니'가 서로 그녀 옆을 차지하느라 한창 견제 중이다.
"루나를 입양한 이후 사람에게 버려지고, 학대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어요. 조금 낯선 표현일지 모르지만 동물권, 동물복지 등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면서 (사)카라나 동물사랑실천협회 같은 동물보호단체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전국에 산재해 있는 동물보호소에는 키우던 사람들에게 버려진 유기견, 유기묘들이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만큼 포화상태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이 더 많고, 실제로 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를 한다 해도 처벌의 수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 마다 아픈 사연들이 있는데, 특히 '럭키(넷째 고양이, 2살 추정)'는 비오는 날 대로변에서 걷지도 못할 만큼 다리가 다친 상태로 주저앉아 있는 걸 구조했어요.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주고 혹 입양자가 있으면 보내려고 했는데, 품종도 없고 ('럭키'는 코리안 숏헤어로, 젖소 무늬를 갖고 있는 한국토종고양) 꼬리도 기역자로 굽어 있어서, 입양 보내는 건 포기하고 제가 가족으로 들였죠."
그녀는 반려동물을 '아이들' 이라고 불렀다. 대성리에 위치한 그녀의 집은 아이들에겐 최적의 공간처럼 보였다. 2층의 야외 옥상과 실내 베란다는 온전히 아이들 차지다. 9마리나 되는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씻, 산책시키며 돌보는 일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데, 함께 살고 있는 다른 가족들의 생각도 그녀와 같을까.
"어머님이 조금 불편해 하시죠. 당신도 아이들을 예뻐라 하시고 아픈 아이들 보면 마음 아파하시지만, 반려동물을 더 들이는 건 반대세요. 당신 딸이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달플까봐 마음쓰이는 모양이에요."
그러나 아픈 동물들 보면 그냥 못지나치는 건 '모전여전'인 듯하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그녀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9마리 아이들과 통성명을 시켜주신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유독 털이 많이 날리는 고양이'미우'는 사람을 많이 좋아한다는 것과 막둥이 올블랙 고양이 '순이'는 겁이 많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어 숨어 있다는 것도, 붕어빵처럼 닮은 두 마리 시추견은 '쫑순이'와 '방순이'이가 거리를 한 달째 헤매고 다니는 것을 입양했다는 것도어머니가 들려준 앞뒤 사연이다.
△ 동물복지가 존중되는 사회적 공감 필요
누군가에겐 그저 집지키고 잔반을 처리하는 개일 뿐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훔쳐 먹는 도둑괭이 혹은 길냥이일 뿐인 고양이들이 또 누군가에겐 한없는 배려와 사랑의 대상이다. 그녀에게 반려동물이란 어떤 의미일까.
"절대적 신뢰를 주는 가족이죠. 아이들이 주는 사랑에 감동받을 때가 많은데 이건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죠. 이종(異種)간의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경험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냐는 마지막 질문에 오랫동안 준비한 대답인 듯 거침없이 말한다. 어린 자녀를 위해 계획 없이 반려동물을 들이지 말 것, 사지 말고 입양할 것, 중성화 수술을 시켜줄 것, 그리고 동물복지란 결국 인간을 위한 복지이기도 하며,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인간만이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 사진 촬영은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모를 만큼 아이들의 열렬한 환대(?) 속에 처음 구상했던 그림, 9마리 반려동물 속에 행복한 미소를 띄고 있는 그녀와 사뭇 다른 사진을 찍고 돌아왔지만, 다음엔 취재가 아닌 아이들의 친구로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물론 양손엔 아이들의 열광적 환대를 가라앉혀 줄 간식을 한아름 챙겨들고 말이다.
송은정 문화전문시민(전주문화재단 문화사업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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