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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으로 누리는 전주 '3인3색 게스트하우스'

백패커,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 호스텔월드, 에어비앤비, 내일러, 그리고 2만원! 이 단어들의 공통점을 바로 알아챘다면, 당신은 여행을 즐기는 진짜 '여행자'이거나 혹은 일상탈출을 꿈꾸는 '젊은이' 일 확률이 높다.

 

'여행 장비와 식량 등을 배낭에 넣고 도보여행을 즐기며,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내일로를 애용하고 객실 하나에 여러 명이 잘 수 있는, 하루 숙박료 2만원 내외의 도미토리 타입의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한 여행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들의 여행지 목록 어디쯤, 전주가 있다. 그들의 발길이 잦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주인장들이, 그 사연만큼이나 색다른 컨셉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전주의 게스트하우스 3곳의 문을 똑!똑! 노크해봤다.

 

구석구석 이용객 동선 배려 흔적

 

△ 국내외 여행객 입소문 '전주 게스트하우스'

▲ 한해 평균 5000여명이 다녀가는 '전주 게스트하우스' 내부와 운영자 이호성씨.

'전주 게스트하우스'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행자들에게도 제법 입소문이 난 곳이다. 2010년 2월에 문을 열어 불과 3년 여 만에 한 해 평균 5000여 명, 총 1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숨겨놓은 비결이 있다면 업계 신입생(!)들을 위해 공개해주시라 했다. "홍보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입을 뗀 주인장 이호성(50)씨. "구글, 야후 등에 밤을 세워 홍보 글을 올리고, 외국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호스텔월드라는 사이트에 전주를 등록시키려고 숱하게 메일도 보내며 설득하는 과정이 6개월이나 걸렸다"고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음을 에둘러 설명하더니 갑자기 컴퓨터를 켜고 페이스북을 보여준다. 팔로워가 400여 명! 게다가 외국인 팔로워가 300여 명에 이른다. 이곳을 다녀간 여행자들, 특히 외국인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준 덕이 크다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1층 까페의 양쪽 벽면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 등 각국의 언어로 쓰여진 여행자들의 예쁜 후기들이 알록달록 빼곡하게 차있다.

 

인터뷰 하는 내내 외국인들의 전화 문의와 방문이 이어졌는데 영어로 응대하는 본새가 무척 자연스럽다. "대학 졸업 후 덴마크의 국립낙농치즈연구소라는 곳에서 2년간 교환 연구원으로 있었어요. 주말이면 배낭여행을 다니며 게스트하우스를 자주 이용했죠. 언젠간 한국적 정서가 담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겠다는 꿈을 그 시절에 갖게 됐고요" 꿈은, 꾸는 자에게만 그 기회를 허락한다. 90년에 한국에 돌아와 안 해본 일 없이 온갖 사업을 벌이면서도 10년을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한다. 꼭 20년 만에 이룬 꿈이다.

 

공간을 보고 싶다는 말에 부인 강유진씨(44)가 앞장서 안내한다. 개인 짐을 보관하는 락커룸, 공동 샤워실, 2인용 침대들이 방 크기에 따라 2개부터 4개까지 놓여있는 깨끗한 도미토리들, 세탁 후 개인 빨래를 말릴 수 있는 햇볕 잘 드는 옥상까지. 구석구석 이용객들의 동선과 편의를 배려한 안주인의 마음씀씀이가 티나지 않게 배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참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건네자 "남편은 내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선물했는데, 그것이 고스란히 우리만의 운영방식이자 컨셉이 됐다"고 말한다. 3년 된 공간은 마치 30여 년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적당히 느긋해 보였고 한편 익숙해보였다.

 

- 위치 : 전주시 경원동 2가 62번지

 

- 숙박비 : 4~10인 1만9,000원~3만원 (아침추가 : 3,000원)

 

- 입실 오후 2시, 퇴실 오전 10시

 

- 연락처 : 063)286-8886

 

禁男의 집…젊은 여성들에 인기

 

△ 전북 유일 여성 전용 '베가'

▲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 '베가' 내부와 운영자 권윤복씨.

'禁男'(금남)의 집이다.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건물 외벽에 나무로 만든 예쁜 간판부터 공동 쉼터, 계단, 객실 모퉁이까지 아기하고 이국적인 소품들이 눈에 띈다. 소원을 적은 종이로 학을 만들어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소원나무'란다. 한지로 묶어 놓은 노트는 이곳을 다녀간 여행객들의 후기를 모아놓은 '나눔장' 이다.

 

인도의 생태영성공동체 오로빌에서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살다 왔다는 주인장 권윤복씨(48)의 서글서글한 눈매와 말간 미소를 보는 순간, 이 공간은 딱~! 그녀다웠다. "왜 여성전용이에요?" 매출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계산이 무엇보다 궁금했다.

 

"물론,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한다면 분명히 일정부분 손해는 있겠죠. 그런데 그것보다는 제가 인도에서 누렸던 특별한 경험들을 이곳에서, 여성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나누고 싶은 걸까? "국적, 종교, 인종, 문화적 배경 등을 초월해 함께 일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 그런 편견없는 공동체적 나눔을 여행객 뿐 아니라 지역민들과도 함께 하고 싶다"는 큰 그림을 그려준다. "물론 지금 당장은 바느질 체험이나 전통매듭 체험, 풀꽃그리기 등 여행객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체험 나눔을 진행하고 있지만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 위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성당길 33-6

 

-숙박비 : 4, 6인 도미토리 2만원~2만5,000원

 

- 입실 오후 3시, 퇴실 오전 10시30분

 

- 연락처: 063)288-4208

 

모던하고 군더더기 없는 공간

 

△ 외국인 전용 '니어레스트'

▲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 '니어레스트' 내부와 운영자 임용진씨.

슈퍼 '갑'이었다. 적어도 그 시대에는 말이다.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취재 20년, 그리고 지역신문 편집국장과 편집인으로 퇴임했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가 서비스업종의 최전선에 서있는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다. "왜"냐는 질문에 임용진씨(57)의 대답은 명쾌했다. "젊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 여행자들을 통해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을 경험해 볼 수도 있고. 전주의 문화와 역사를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한마디로 문화창달의 기수를 기꺼이 수행하고 싶어서"란다. 네! 더 이상의 질문이 무색하다. 공간의 첫 인상 역시 모던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다. 집은 주인을 닮아간다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4인실 도미토리 4개와 아침 퇴실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은 5개를 갖췄다. 아침엔 토스트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한식을 원하는 경우엔 소정의 비용만으로 간단한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다. 각 객실에는 김충순 화가를 비롯해 지역 유명예술가들의 그림과 글씨 등을 스토리와 함께 전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도미토리 갤러리인 셈이다. 외국인 이용자들을 위해 제작한 영문 홈페이지도 다양한 콘텐츠들을 넣어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새삼 다시 궁금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걸까? 다시 돌아온 대답도 참으로 담백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우연한 계기로 전주 게스트하우스(이호성씨가 운영하는)에서 하룻밤 묵게 됐어요. 근데, 이게 참 새로운 경험인거라. 내 나이에 젊은 배낭여행객들이 이용하는 도미토리에서 자 볼 기회가 어디 있었겠어요? 신문사 퇴임하고, 그렇지 않아도 전주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아! 이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결국 바뀌지 않은 그 생각 덕분에 슈퍼 '갑'에서 울트라 '을' 언저리 어딘가 자리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명함을 만들게 됐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이 그렇듯 반짝이는 눈빛이 행복해 보였다.

 

- 위치: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3가 39-5

 

- 숙박비 : 2만원~2만3,000원 (오픈 기념 특별가격 : 1만5000원)

 

- 입실 오후 2시, 퇴실 오전 11시

 

- 연락처: 063)288-4665

 

송은정 문화전문시민(전주문화재단 문화사업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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