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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잘하는 사람 되기

생산력=능력시대 끝나 / 기획력과 사고력 키워 능동적인 인재가 되자

▲ 윤재량 전북대신문 편집장
오늘도 취재에 지친 대학신문 기자들은 종종 기사보다 칼럼이 더 쉽고 재밌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번거로운 취재를 적게 해도 되고 기사보다는 마음가는대로 써도 되는 것이 칼럼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필자는 요즘 들어 칼럼을 쓰기가 참 어렵다. 좀 더 정확히는 쓰기 무섭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칼럼은 기사에 비해 취재는 적게 해도 되는 반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견해를 배제하자는 언론관을 가진 필자의 입장에서, 기사는 타인의 말을 잘 취재해 이것을 깔끔하게 정리하기만 하면 돼 생각을 비교적 적게 해도 되지만 칼럼은 내 생각을 원고에 담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것이다.

 

칼럼에 대한 이 같은 부담은, 생각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에서 기인한다. 사실, 필자는 요즘 생각을 하는 것이 어렵다. 생각을 잘 안하기 때문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생각에 대한 부담을 가지는 사람들은 내 주위에도 부쩍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먼저 생각에 대한 책임이 과거보다 커진 점이 하나의 이유이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고, 이에 따라 그 생각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도 늘었다. 아울러 생각에 대한 코멘트를 달기도 용이해져 다양한 이견들과 비판이 난립하게 됐다. 본디 사람이란 타인에게 비판받기를 두려워하는지라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기는 다소 조심스러워진다.

 

또 다른 이유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정보화 물결에 의해 언제든 타인의 생각과 견해를 차용할 수 있게 됐다. 생각을 잘 하는 사람들의 견해와 주장을 스마트폰 검색 정도로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구지 내 에너지를 소비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나보다 생각을 잘하고 또 전문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마치 내 생각인 것처럼 말하고 다니기 훨씬 용이해 졌다. 생각하지 않아도 무식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칼럼을 쓰는 필자의 마음이 바로 그렇다. 내가 쓰는 이 생각이 누군가에게 '까이지는'않을지, 이미 웬만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유식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언급했을 터인데 진부하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생각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특히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정립해 가는 과정인 20대들에게는 더더욱 고민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꾸준히 생각해야 한다. 나보다 생각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생각에 대한 권리를 위임하기만 한다면, 생각에 있어서도 기득권 논리가 작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각에 유능한 몇몇 사람들만이 생각을 담당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이를 차용하기만 한다면, 마치 돈을 가진 자가 돈을 벌 듯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능동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서도 생각은 필요하다. 생산력이 능력에 대한 주요 기준이 되던 시대는 끝났다. 우수한 기획력과 사고력이 당신을 성공시키는 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생각은 어렵다. 내 생각을 타인에게 인정받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글 잘쓰는 작가들이 꾸준히 습작을 만들어 내듯이, 우리도 꾸준히 생각하는 연습을 하며 '생각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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