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2 04:32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나쁜 일자리 '시간제 교사제'

▲ 이상덕 한국교총 대변인
지난 11월, 도교육청이 학교내 위(Wee)클래스에 근무하는 전문상담사 116명 전원에 대해 내년엔 재계약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며 전문상담사들이 전면파업과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국가가 사업만 만들고 재정은 자치단체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바람에 가용재원이 적어 재계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갈등이 요즘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정규직화를 몇 년째 부르짖고 있는 영어회화전문강사, 특수교육지원강사, 스포츠 강사 등 전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던 일자리들이 현 정부에 들어와 재정 부족 등 이런 저런 이유로 퇴출 수순을 밟으며 벌어지고 있는 기현상이다.

 

그런데, 현 정부도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과거 정부의 오류를 답습하려 하고 있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법정 근로시간의 절반인 하루 4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반일제, 격일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규직 시간제 교사 채용근거를 마련,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2학기부터 시간선택교사제를 2017년까지 3,600여명 채용할 방침을 밝힌 것이다. ‘시간제 공무원 도입’이 말하는, 현대의 다양한 가족제도의 특징을 고려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기본전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노동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그것을 학교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결과로밖에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은 교사에게 유난히 엄격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며, 교사를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교직을 단순히 생계수단, 노동으로만 보지 않으며, 학생에게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전문성을 가진 전문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으로 교사에게 학생에게 정보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보다는 학생의 전인격적인 성장을 책임지는 스승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런데 시간제교사에게 학생 생활지도나 학급담임 배정 등을 통해 단순히 수업을 통해 가르치는 일만이 아닌 학생들과의 관계형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하는 교사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있겠는가? 결국 교육수요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나쁜 일자리가 학교에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교사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면에서 시간제교사에게 무엇을 기대할 지도 의문이다. 일일 4시간 또는 격일로 근무하는 교사에게 학생평가, 다양한 학교 행사, 교육과정 운영 등 지속성이 요구되는 행정업무를 맡기지 못하게 되면 결국 정규직 교사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학교현장에 또 하나의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교육주체간의 갈등 확산, 위화감 조성으로 교사간의 협력시스템은 무너져 결국 교육의 수혜자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이 제공될 리는 만무하다.

 

시간제교사의 입장에서 봐도 역시 나쁜 일자리의 양산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제교사의 근무시간이 정규직 교사의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력이 오래될수록 시간제교사와 정규교사의 호봉차이는 격차가 날 수 밖에 없다. 시간제 교사는 승진과 호봉에서 차별을 받아 결국 영원한 시간제로 머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