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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예술가 이야기

유쾌하고 다정한 선생님 리조트 붕괴 불의의 사고 먼 곳에서나마 평안하길

▲ 김주희 토요문화학교 코디네이터
얼마 전, 경주에서 벌어진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의 참사.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불의의 사고는 채 피지도 못한 아깝고 아까운 열 송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동계 올림픽의 열기 속에서도 사고 소식과 더불어 사고의 경위를 밝히는 기사들, 세상을 떠난 아홉 명의 부산외대 학생들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연일 보도되었다.

 

그리고, 시들어버린 열 송이의 중에 이벤트 회사 직원으로 알려진 또 한 사람, 최정운씨. 그의 나이는 올해로 마흔 셋이었다. 세상이 보내는 그에 대한 관심은 딱, 여기까지였다.

 

고인이 된 최정운씨는 사고가 일어나던 날 밤,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던 그의 직업은 예술강사였다.

 

그의 죽음에 주목하며 엄숙하게 목소리를 내는 이들 역시, 예술강사들이었다. 예술강사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학교로 강사를 파견하는 지원사업이다.

 

연극뿐만 아니라 공예, 디자인, 만화, 애니메이션, 국악, 무용, 영화, 사진 분야의 강사들을 선발하여 전국의 초·중·고교로 배정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곳이 이러한 예술강사들을 광역단위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주위의 예술강사들로부터 어렵지 않게 최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예술강사라는 직업은 예술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아이들을 만나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인데, 이들은 예술하는 교육가이자, 교육하는 예술가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학교로 파견되는 예술강사들의 생활은 그리 예술적이지도, 우아하지도, 그리고 녹록하지도 않다.

 

현재 예술강사를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유심히 보면, 예술강사 한 직종의 벌이만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배정받을 수 있는 수업 시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 달 임금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1년 중 2개월은 실직상태이며, 아이들이 방학을 맞으면 예술강사들의 통장도 방학을 맞은 학교처럼 텅 비어버린다.

 

고(故) 최정운 선생님이 그 날 밤 대학 신입생들의 레크레이션 강사로 마우나리조트에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예술 한다는 사람이 무슨 돈타령이냐며,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이 돈 때문에 알바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를 매개하는 일. 예술을 창조하고 예술로 사회와 소통하는 일, 이것은 도덕적 기준도 아니고 종교적 신념도 아니다. 선악을 가늠하는 눈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가진 것이 예술이다.

 

그런데 누가 이들의 현실적인 고통 앞에서, 그리고 결국 그 현실 때문에 다 피우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최정운 선생님 앞에서 도덕적 가치관의 잣대를 갖다 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오늘은, 이토록 머리가 어지럽게 아픈 마음보다는, 떠나간 최정운 선생님을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만히 그의 지난 삶을 되새겨보려 한다. 10여년 동안 어린 학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일을 기쁨으로 여겼다 했고, 극단 생활을 할 때도 늘 열정적이었지만 교육자의 삶을 더 소중히 여겼다 했다.

 

유쾌하고 다정한 선생님이었다는 그 분의 넋을 기리며, 고인이 먼 곳에서나마 늘 평안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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