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어깨 짓누르는 지나친 예식비용 씁쓸 / 작은결혼식 관심 필요
어쨌든 올해만 다섯 번의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이면’도 다섯 번을 더 생각하게 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생 딱 한 번 가지게 되는 통과의례인 결혼식. 그만큼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안타깝게도 보는 이들의 시선에서는 결혼식장으로 출발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전쟁 같은 시간이다. 뭘 입고 가야할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고른 불편한 옷을 입고, 겨우겨우 결혼식장 인근을 뒤져 주차에 성공. 주례사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가,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또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음식을 가져오기 위해 접시를 들고 수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뷔페 순례를 다녀와야 한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에 진행되는 이 과정들이 내가 다녀 온 다섯 번의 결혼식에서 반복되었다. 그 날 그 결혼식이 누구 결혼식이었더라, 헷갈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혼식의 장본인들은 이 결혼식을 위해 몇 달을 준비했을까.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린 뺄 건 다 빼고 꼭 필요한 것만 했다고 이야기 한다. 나는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뺄 건 뭐고, 꼭 필요한 건 또 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몇 달이라는 시간과 몇 천만원이라는 비용이 필요한 건지.
혼인은 두 사람의 약속이고 사랑의 결실이지만, 이것이 사회 안에서 하나의 제도가 되면서 수학문제를 풀듯이 똑같은 방정식에 대입된다. 그 당연한 방정식들은 결혼식에 드는 ‘비용’으로 산출되어 양가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요즘은 작은 결혼식, 두 사람만의 특별한 결혼식도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낸다. 혼인신고를 마치고 나온 구청 앞에서 두 사람만의 세레모니로 결혼식을 대체하거나 지인들과의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다만 연예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난 3월 15일, 경인여대 학생들이 가진 재능을 통해 형편이 어렵거나 작은 결혼식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결혼식이 진행되기도 했단다.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따라갔던 막내 삼촌의 결혼식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촌스러운 흑백사진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진지하고 경건하게 결혼식을 지켜봐 주었던 하객들과, 지금처럼 화려한 뷔페는 아니지만 뜨끈한 불낙전골과 오가는 소주잔으로 기쁜 마음을 나누었던 밥상 위의 경치가 왠지 모르게 그리워진다. 결혼식만 끝나고 나면 모든 게 다 끝날 것만 같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마음은 더 씁쓸해진다. 내 나이 서른, 직장생활 3년차, 집이 있을 리도 만무한데다가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마일리지처럼 쌓여온 학자금까지 생각하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자존심을 쏟아 붓게 되는 것은 아닐지, 또 지레 겁부터 먹게 된다.
그나저나, 다음 주 결혼식에는 또 뭘 입고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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