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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남원 노고단식품] 어머니 손맛 맥이은 '도토리묵' 현대인 입맛 잡아

가내수공업 출발, 연매출 22억 전문업체 '우뚝' / 자동·위생설비 구축, 꾸준히 사업규모 확대 / 청포묵 등 상품 다각화…전국 거래처 250곳

▲ 남원시 조산동에 위치한 노고단식품 공장 내부.

남원시 조산동에 위치한 노고단식품(대표이사 강상길)은 묵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이 업체의 출발점은 가내수공업이다. 좀 더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어머니 조석순(68) 씨의 노상판매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아들인 강상길(46) 대표이사로부터 이 업체가 걸어온 길을 들어봤다.

 

△어머니의 도토리 줍기

 

1980년대 초반 남원시 운봉읍 용산리 바래봉 인근. 어머니 조석순 씨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바래봉 일대 산에서 도토리를 주웠다. 노고단까지 도토리 줍기에 나선 것이 현재 ‘노고단식품’이란 업체명의 계기가 됐다. 조 씨는 이 도토리를 맷돌에 갈아 묵을 만들었고 남원시내 터미널 인근 장터에 내다 팔았다. 길 위에서 판매하다가 남은 묵은 인근 식당에서 거래됐다.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묵은 어느새 ‘맛 있다’는 입소문을 탔다. 그렇게 해서 남원시내 20여곳의 식당이 거래처로 확보됐다.

 

도토리 줍기에서 비롯된 가내수공업은 운봉 바래봉에서 남원시내까지 묵을 짊어지고 내려오던 어머니의 정성으로 한단계 도약을 이뤄낸 셈이다.

 

△“장사가 낫겠다” 아들의 귀향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직장생활(기계분야 종사)을 하던 강상길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한달에 8회씩 철야근무까지 하며 받는 월급이 60만원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힘겨워하던 강 씨는 동료와 함께 고구마 장사를 병행했다. 고구마 굽는 기계를 직접 제작해 정류소에서 군고구마를 판매했다. 직장생활에서 얻는 월급 보다 수입이 더 괜찮았다. 하루에 10만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정도였다. “뻔한 월급 보다 장사가 낫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강 씨는 “장남으로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좋겠다. 어머니의 가내수공업을 좀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들의 귀향은 어머니의 가내수공업을 전문 업체로 바꿔가는 체계화 작업으로 이어졌다.

 

△노고단식품 설립

 

강 씨는 1994년 4월 남원시 운봉읍에 노고단식품을 설립했다. 강 대표가 된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동생과 함께 한 노고단식품은 청정지역 운봉에서 폐수 처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1999년에 현재의 위치인 남원시 조산동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하게 된다. 강 대표는 2001년에 도토리 전분생산라인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2007년에는 중국 평순식품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

▲ 위생교육을 받고 있는 직원들.

2013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적합한 가공·생산라인·위생설비를 구축했고, 2014년에는 HACCP 인증업체로 지정됐다. 노고단식품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철저한 위생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노고단식품의 거래처는 대형마트, 재래시장, 학교급식 등 전국적으로 250여곳에 이르고 연간 매출액은 22억원 규모다. 1일 묵 생산량은 1만5000㎏, 1일 전분 생산량은 3500㎏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5년 내에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10여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은 다문화가정 여성들이다.

 

△현대인들의 입맛잡기 주효

▲ 노고단식품 도토리묵 제품.

노고단식품은 이른 새벽녘 가마솥에 도토리를 올려놓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어머니의 정성과 전통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인들의 입맛을 공략하는데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다. 고속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전분 축출방법을 통해 쓴맛을 줄이고 맛과 찰기를 높이려는 노력이 이에 해당된다. 상품 다각화도 현대인들의 입맛을 잡기위한 전략 중의 일부다. 이 업체가 현재 생산하는 품목은 도토리묵, 청포묵, 황포묵, 깻묵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도토리 전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노고단식품은 앞으로 녹두, 메밀, 고구마 전분으로 전문분야를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이다.

 

● 강상길 대표이사 "연 매출 5년 내 100억 목표, 수익배분 직원과 동등하게"

강상길(46) 대표이사는 5년 내에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자신있다’고 답했다.

 

강 대표이사의 이 같은 목표와 자신감은 어떤 동기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더 많은 일자리창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익 분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수익이 더 발생하면 직원들과 동등하게 배분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잘 살아야 마음이 뿌듯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자리 창출과 수익의 동등한 배분이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그의 확고한 기업 마인드가 신념으로 굳어진 듯 했다.

 

이런 강 대표이사도 포장 분야의 기술력 부족을 아쉬워 했다. 일부 자동화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인해 가끔 포장 불량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이사는 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완전 자동화시스템을 추진중이다.

 

그는 “1년 정도 후에 포장 시스템을 완전 자동화로 바꿔 불량률이 없도록 할 것이다. 노고단식품이 내실있게 성장하고, 그 성장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회사를 알차게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피력했다.

 

강 대표이사는 어머니에게 묵에 대해 질문하고 어머니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던 그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터미널 인근 장터에 쪼그리고 앉아 도토리 묵을 팔던 어머니의 그 정성이 노고단식품의 진짜 모습이다”는 게 그의 자부심이면서도 회사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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