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 소재를 뭘로 할까 궁리중인데 마침 방송사에서 일했던 지인(知人)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얼마전 형사사건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일이 있어 알아봤더니 수임료가 엄청 비싸더라면서 “도대체 변호사 선임료는 치외법권지대냐?”고 열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옛날부터 변호사를 허가 낸 도둑(?)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웃고 넘어 가려 했더니 그는 “내가 직접 작성한 글을 보내 줄테니 당신 칼럼에 꼭 실어 달라”고 압력(?)을 넣기까지 했다. 다음은 그가 보내온 글 내용이다.
국민 3분의 2가 나홀로 소송
《석탄을 캐는 광산의 갱도가 무너져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광부가 있다고 치자. 이럴때 우리는 119구급대원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구조소식을 듣곤 한다. 그리고 광부가 생환할 때 우리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위험을 무릅쓴 구급대원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위의 사례를 변호사의 수임료와 빗대어 논한다면 변호사를 모욕하는 것일까? 갱도에 갇힌 광부를 형사사건의 피의자라고 가정하고 119구급대원을 변호사로 가름한다면 현행 법체계안에서 변호사의 수임료가 얼마나 황당한지 쉽게 이해되리라 믿는다. 자칫 구속될지도 모르는 피의자는 갱도에 갇힌 광부가 한 병의 생수와 한 끼의 허기를 채울 라면 한 봉지가 필요한 것처럼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가 생수 한 병에 100만원, 라면 한 봉지에 2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생수와 라면을 줄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광부는 우선 살아 남기 위해서 변호사와 계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계약이 과연 ‘계약 자유의 원칙’을 내세워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것일까?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변호사 선임료는 대략 형사가건의 경우 착수금 명목으로 330만원, 그리고 성공 보수는 선임료와 별도로 사안에 따라 적게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 내지 그 이상의 보스를 약정하고 법률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큰 이런 약정이 과연 계약자유의 원칙과 관행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냥 용인될 수 있는 것일까? 성공보수는 어떤 형태로든 기준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에 있어서도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듯이 폐쇄적인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도 뭔가 규제와 제한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사회가 정의사회다. 그러려면 당연히 법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고 보통 사람이 법률지식 부족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경우 변호사로부터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소송과 관련하여 비싼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국민 3분의 2가 변호사 도움없이 나홀로 소송을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턱없이 비싼 보수를 제공하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해도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률적 약자들의 일반적 항변이다.
법률적 약자들 적극 도와줘야
지난 2009년부터 로스쿨 졸업생 배출로 한 해 법조인 2500명씩이 쏟아지고 있어 우리나라 변호사 시장도 곧 포화상태가 우려된다고 한다. ‘메뚜기 떼’로 까지 폄하되는 미국 변호사들처럼 사건 수임에 혈안이 된 ‘앰블런스 뒤쫓기’ 변호사를 우리나라라고 못 볼 이유가 없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게 글을 보내 불공정한 수임료 문제로 분통을 터뜨린 지인의 속이 풀릴 수 있도록 변호사님들 좀 더 덕과 아량을 베풀어 주면 어떨는지…….‘변호사들은 자신의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가장 무식하고 가장 비열한 말투를 사용한다. 다른 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때에도 자신의 직업에서와 같이 이성을 악용한다.’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한 독설이다. 지난 17세기 때 사람이 한 말이지만 오늘에 비추어 봐도 그리 설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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